[무용]유니버설 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파리공연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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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군무와 남녀 주인공의 정교한 작품 해석으로 파리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동아일보 자료사진
역동적인 군무와 남녀 주인공의 정교한 작품 해석으로 파리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동아일보 자료사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국인의 춤으로 프랑스 파리의 무대에 올랐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은 두 가문의 갈등을 표현하는 역동적인 군무(群舞)와 두 연인의 사랑을 전하는 애틋한 연무(戀舞)가 2시간반 동안 어우러졌다. 청바지를 입은 쌍쌍의 젊은 남녀가 중세의 ‘사랑’을 현재의 시점으로 이끌고 오는 촛불 행렬이 객석으로 내려오면서 공연은 막을 내렸다.

객석의 반응을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대 앞쪽의 관객들부터 발을 구르기 시작하며 커튼콜이 이어졌고, 전 출연진의 세 번째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박자에 맞춘 박수 소리와 발 구르는 소리가 공연장인 ‘팔레 데 스포르’를 가득 메웠다.

세계 발레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 유니버설발레단의 파리 입성은 성공적이었다. 3월 초부터 프랑스의 투르, 칸 공연을 거쳐 파리에 온 공연단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약 2000석의 객석은 14∼16일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동안 거의 가득 찼고 90% 이상이 유료관객이었다.

무대를 가득 채우며 펼치는 역동적인 군무와 격렬한 전투 장면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몸이 휘감기며 주고받는 사랑의 몸짓은 파리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세트도 화제였다. 중세적 정서의 ‘과잉’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고전 발레의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동양인들이 서양의 중세적 정서를 정통 발레로 정교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전 파리오페라발레단 주역무용수인 야니크 스테파니(48)는 “무용수들의 표현력이 뛰어났으며 다이내믹한 춤과 군무진의 앙상블도 좋았다”고 평했다. 그는 “로미오(엄재용 왕이 분)와 줄리엣(김세연 황혜민 분) 역을 맡은 무용수들의 작품 해석이 매우 뛰어났다”고 말했다.

파리인들은 특히 20년간 키로프 발레단을 이끌었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2002년 새로 만든 이 작품의 안무에 주목했다. 저명한 무용평론가인 흐네 시흐뱅은 18일자 ‘르 피가로’지에 실린 리뷰에서 “비노그라도프씨의 신고전주의 안무가 기교보다는 서정성과 감수성을 정확하게 부각시켰다”고 격찬했다. 그는 또한 주역 무용수들의 깊이 있는 감정 표현, 시몬 파스투크의 위엄 있는 무대세트 디자인, 갈리나 솔로비예바의 금빛 물결치는 의상 등을 높이 평가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18일 막을 올린 ‘심청’은 파리지앵들에게 생소한 주제임에도 약 1700명의 관객이 찾아 며칠 사이에 한국의 발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 나탈리 페레라(33)는 “생각보다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다”며 “선원들의 역동적인 춤과 날개처럼 가벼운 심청의 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심청’은 1986년 초연 후 16년 동안 심청 역을 맡았던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에 이어 새로운 심청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였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유난희씨(21)는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심청 역을 소화해 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문 단장은 “한국 무용수의 춤이 연기력에 있어 세계 정상급에 조금 못 미칠지 몰라도 무대와 객석의 벽을 넘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이번 파리 공연에서도 확인된 듯하다”고 자평했다.

파리=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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