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쟁점]무인 자동화장실 추가설치

  • 입력 2003년 3월 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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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 시내 12곳에 최첨단 무인 자동화장실을 설치한 데 이어 올 7월까지 10여개를 추가 설치하려 하자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대당 설치비용이 8000만원인 화장실을 더 짓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 많다는 것. 반면 시는 시민의 편의를 위해 자동화장실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화장실이기에…=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미닫이문이 열리고 ‘볼일’을 끝내면 자동으로 물이 내려온다. 이용자가 나가면 10초 내에 변기청소 및 소독이 이뤄지고, 5번 사용할 때마다 한 번씩 바닥도 청소한다. 실내온도는 항상 18도.

1회 사용시간은 10분. 버튼을 누르면 10분간 연장할 수 있지만 20분이 넘으면 자동으로 문이 열려 ‘장기 점유’를 막는다. ‘본래의 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하중센서를 부착해 성인 2명 이상이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 않는다.

화장실을 사용하는 동안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폰으로 ‘119’와 연락할 수도 있다.

충남의 한 벤처기업이 산학(産學) 협동으로 개발한 이 화장실의 설치가격은 대당 6000만원선. 상하수도 및 정화조 설치공사 비용 등을 합치면 8000만원 정도 든다.


▽“차라리 다른 곳에 써라”=값이 너무 비싸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핵심.

서울시의회 김경술(金京述·한나라당) 의원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시내 다중(多衆)이용 화장실이 1만여곳에 이르는데 수억원을 들여 자동화장실을 추가로 짓는 것은 낭비”라며 “예산을 아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지하철 등에 쓰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남녀 구분이 없고 탁 트인 공간에 설치돼 있어 여성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원 이모씨(24·여)는 “서울 명동 입구 일은증권 앞의 자동화장실을 자주 지나치지만 남자들이 줄지어 기다리는데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내 12곳의 자동화장실 이용자는 지난해 7월 2만4000여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도심 야간행사가 많았던 올 1월을 빼면 점차 감소하는 추세. 특히 을지로6가 훈련원공원 앞에 설치된 자동화장실은 하루 평균 이용자가 38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밤에 꼭 필요하다”=이 같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시는 자동화장실을 계속 확충할 계획이다.

일단 이달 중순까지 각 구청에 후보지를 추천받을 계획. 주변에 24시간 개방하는 화장실이 없고 야간 이용자가 많아야 한다는 게 조건. 광장시장 영등포시장 경동시장 등 재래시장 주변, 서울역 강남역 삼성역 등 역 주변 등이 후보지로 꼽힌다.

설치에 많은 돈이 든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서울을 세계 일류도시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개방형 화장실이 대부분 문을 닫는 심야 및 새벽에는 마땅히 ‘일’을 볼 곳이 없다는 것.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 등 선진국 주요 도시에는 수십∼수백개의 자동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시 관계자는 “대당 1억5000만∼3억원이나 하는 외제에 비하면 품질이 떨어지지 않고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다”라며 “일본 도쿄가 국산제품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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