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일과 꿈]이해진/‘만질 수 없는’ 상품 만들기

  • 입력 2003년 2월 2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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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터넷 사업은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파급됐다. 그런데 그 원조라는 미국도 아직 인터넷 기업들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몇몇 인터넷 기업들이 튼튼한 수익 구조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그 바탕에는 이 기업들이 ‘디지털 온라인 프로덕트’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놓여 있다.

‘디지털 온라인 프로덕트’란 인터넷의 아바타, 게임 아이템, 광고, 디지털 정보와 콘텐츠 등 분명 온라인상에서 존재하고 있지만 컴퓨터 등의 접속장치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고, 직접 손으로는 만질 수 없는 상품들을 말한다. 이런 상품들은 온라인을 통해 전송되거나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하기에 현실에서 상품 배송이 필요없다. 이런 상품을 만드는 회사는 공장도, 창고도 없다. 회사를 견학하러 온 사람에게 보여줄 것이라고는 사무실에서 PC를 앞에 놓고 일하는 사람들뿐이다.

▼공장도 창고도 없는 아이템▼

인터넷의 대표적 사업 모델로 미국의 아마존닷컴 같은 인터넷 쇼핑몰들을 많이 거론한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 상거래 업체의 실질적 경쟁력은 얼마나 창고를 잘 짓고 재고를 잘 관리하고 배달을 잘 해내는가 하는 오프라인적 요소에 달려 있다. 겉보기에는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새로운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상품의 배송이 필요한 사업은 물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좋은 수익 구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반면 디지털 온라인 프로덕트는 상품을 팔아도 물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적은 돈을 받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2001년 3월부터 게임전문 인터넷사이트 ‘한 게임’을 통해 게임 아이템들을 팔기 시작했다. 디지털 온라인 프로덕트가 이제는 인터넷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었기에 과연 얼마나 반응을 얻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판매가 시작된 뒤 온라인에서 매출이 일어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직원들과 함께 느꼈던 성취감과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해 성공시키게 되면 얼마나 개인과 조직에 자신감이 생기는지 직접 체득할 수 있었다. 이런 자부심을 경험한 사람들은 용기를 내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회사 내 동료들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거나 새로운 것에 둔감해지지 않도록, 또한 그 결과로 성취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경영진의 중요한 과제였다.

그런 덕일까. 지난해 말 우리 회사의 사원 공채에는 많은 인재들이 지원해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불경기 탓도 있겠으나, 인터넷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과 회사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온라인 프로덕트 산업이 이제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맡길 만한 산업으로 당당히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는 늘 이에 대한 거부감이 수반되기 마련인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천원 혹은 수만원대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며 장난감을 사거나 공연을 관람하면서도, 아바타에 옷을 입히고 게임을 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데 돈 쓰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열정과 창의력이 최대 자산▼

그러나 앞으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진화할수록 ‘손에 만져지는 상품’보다 ‘손에 만져지지 않는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소비의 주요 대상은 TV 냉장고 등을 사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여행하는 것이 더 멋있는 소비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정보를 나누고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돈 내는 일이 곧 자연스러워지게 될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와 상품을 열정과 창조력과 기술력으로 만들어가고 새로운 산업으로 키워나가며 세계적으로도 최고임을 인정받는 것, 그것이 바로 인터넷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과 꿈이다.

이해진 NHN(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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