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아마추어 아이스하키팀 ‘바이퍼스’ 女골키퍼 곽기련

  • 입력 2003년 2월 18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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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에 이르는 퍽들이 날아다닌다.

격렬한 보디체킹, 무지막지한 체력훈련, 비오듯 쏟아지는 땀. 아이스하키는 화려하지만 야성적인 운동이다. 거구의 남자들이 인정사정 없이 쏘아대는 강슛을 막아내는 여자 골리(골키퍼) 곽기련씨(26).

“슛이 세다는 선수가 가까이 오면 아직도 긴장이 돼요. 처음에는 겁났는데 든든한 보호장구가 있으니 믿고 경기를 합니다.”

곽씨는 ‘바이퍼스’팀의 당당한 주전 골리. 선수들이 강슛을 날릴 때마다 발과 손 혹은 스틱을 사용해 능숙하게 막아낸다.

“가끔 퍽에 맞아 멍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다치는 일은 없어요. 생각보다는 안전한 스포츠예요.”

그는 스페인 교포 출신. 87년 부모를 따라 스페인으로 이주했다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에 입학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올해 졸업반.

아이스하키는 곽씨가 태어나서 지난해 4월 처음 배운 운동.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박경택씨(29)를 따라 빙판을 찾았다가 “나도 해보고 싶다”며 배우게 된 것. 미국에 유학한 박씨는 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중계를 보면서 마니아가 된 케이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잊지 못하고 2000년 바이퍼스 창단멤버가 돼 직접 배우기 시작했다. 포지션은 역시 골리.

이들 예비부부는 그 동안 팀의 골문을 번갈아 지키며 대회에 출전했다. ‘바이퍼스’는 한국아마추어아이스하키협회 주최 리그전 2부에서 7개팀 가운데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미래로’를 3-0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는 ‘아이스휘닉스(대구)’.

밤 11시에 시작된 운동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20㎏에 이르는 육중한 장비를 갖추고 남자들과 똑같이 거센 체력훈련을 소화한 곽씨가 헬멧을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남자들이 엄청 힘들어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훈련을 빼먹은 적이 없습니다. 너무 너무 재미있거든요.”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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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새벽 1시 훈련장

“군대보다 더 독한 훈련 좋아서 안하면 못하죠”

학생, 현역 군인, 회사원, 자영업자….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한 밤중에 모였다.

15일 오후 11시 서울 목동링크. 아마추어아이스하키팀 ‘바이퍼스’ 소속 30여명이 링크를 돌기 시작했다. 전력질주, 스틱에 선수를 매달고 달리기. 가쁜 숨소리와 함께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오고 링크는 온통 호각소리와 얼음에 스케이트날이 부딪치는 소리뿐이다.

짧은 휴식시간. 선수들이 일제히 얼음판 위에 널브러졌다. 물을 마시러 잠깐 링크 밖으로 나온 선수들은 숨이 차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군대보다 더 힘들어요.” 물을 넘기지 못하고 토하는 사람도 있다.

“좋아서 하지 않으면 이렇게는 못해요. 다들 자발적으로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거죠.”

직장생활 10년째라는 김선식씨(38)는 조깅도 하고 헬스클럽에도 다녀보았지만 아이스하키가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

“다른 팀과 경기를 앞두고는 마음이 설렙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으로 뿌듯하기까지 해요.”

현역중사로 이날 처음 나온 정상철씨(26)는 “어려서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부모님에게 비싼 장비를 사달라고 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벌어 장비를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구성되어있는 동호인팀은 20개 정도.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부리그 6개팀, 2부리그 7개팀 등 13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리그전(한국아마추어아이스하키협회 주최)을 벌였다. 2부리그 우승팀은 1부리그에 진입하고 1부리그 최하위팀이 2부리그로 간다.

1부리그는 ‘가이즈’와 ‘백호’팀이 23일 오후8시 고려대링크에서 5전3선승제의 결승전을 시작한다.

아이스하키 동호회 회원은 팀당 30∼40명선. 빙판에 처음 서는 사람도 회원이 될 수 있다. 보통 1년반 정도 지나면 기초를 익혀 아이스하키를 즐길 수 있다.

동호인들은 목동링크 고려대링크 분당링크 안양링크 등에서 훈련한다. 매주 1, 2회는 한 자리에 모여 연습을 해야하는데 링크가 부족해 심야시간대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 어려움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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