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33>獨立宣言書(독립선언서)

  • 입력 2003년 2월 16일 17시 49분


코멘트
獨-홀로 독 宣-펼 선 凌-업신여길 능

遜-겸손할 손 彫-새길 조 芻-꼴 추

중국에서 한 편의 文章(문장)이 백만대군을 凌駕(능가)했던 예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개천에서 龍(용) 났던’ 대표적 케이스가 明 太祖(명 태조) 朱元璋(주원장·1368-1398 在位)이다. 그는 구걸하던 거지에다 얼굴까지 심하게 얽은 곰보였다. 게다가 남방출신이라 노른자위 북방의 民心을 얻기 위해 武力(무력)보다는 文力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당대 제일의 文章家 宋濂(송렴)을 찾아 이번에는 文章을 구걸함으로써 결국 천하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文章의 위력을 우리는 국내에서도 많이 보아왔다. 특히 1919년 己未年(기미년) 3월 1일에 발표된 獨立宣言書는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로 시작하는 本文은 崔南善(최남선·1890-1957)이 기초하고 末尾(말미)의 公約三章(공약삼장)은 韓龍雲(한용운·1879-1944)이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평화적이고 穩健(온건)하며 감정에 흐르지 않을 것, 동양의 평화를 위하여 朝鮮의 독립이 필요하며, 민족자결과 자주독립의 전통정신을 바탕으로 정의와 人道(인도)에 입각한 운동을 강조할 것 등을 밝힌 이른바 ‘삼대원칙’은 孫秉熙(손병희·1861-1922)가 세웠다고 한다.

國漢文(국한문)을 섞어 서술하였으며 부드럽되 나약하지 않고 장중하되 과격하지 않은 文語體(문어체) 형식으로 자주독립에 대한 우리 민족의 결의를 논리적으로, 그리고 단호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사실에 근거하였으며 국내외의 정세를 꿰뚫은 洞察力(통찰력)에다 流麗(유려)한 전개, 적절한 비유와 대구 등은 名文章 중의 名文章으로 遜色(손색)이 없다.

중국사람들은 ‘文心이 彫龍(조룡·용을 새김)할’ 정도의 文章을 최고로 쳤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獨立宣言書는 이를 凌駕하는 ‘彫國(조국·나라를 새김)할’ 정도의 名文章이 아니겠는가.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獨立宣言書를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그 때보다는 그래도 평상심을 갖고 다시 한번 反芻(반추)해 봄으로써 先賢(선현)들의 그 눈물겹도록 숭고한 애국정신에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三一節을 맞이하는 것도 의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 그 全文(전문)을 몇 회에 걸쳐 소개하기로 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