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구리여고 교사 마미영씨“마라톤은 내 애인”

  • 입력 2003년 2월 1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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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영씨
“함께 마라톤을 즐기며 평생을 같이 할 남자 없나요.”

경기도 구리시 구리여자고등학교 교사인 마미영씨(28·국어전공)는 요즘 마라톤과 연애중. 퇴근후 집근처 중랑천변을 10㎞이상 뛰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다. 주말엔 하프(21.0975㎞), 한달에 한번은 30㎞이상을 달린다.

그는 2000년 3월 우연히 5㎞ 건강달리기대회에 나가 마니아들과 함께 뛰면서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에게 마라톤은 새로운 세계. 이젠 하루라도 뛰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세상아, 이젠 네가 두렵지 않다.” 이는 그가 2001년 10월 풀코스를 처음 뛰고 난 뒤 외친 첫마디. 마라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최고의 스포츠였다. 그때부터 마라톤은 그의 ‘영원한 애인’이 됐다. 그러자 삶에 활기가 넘쳤다. 너무 생기 발랄하다보니 주위에선 그를 ‘통통 튀는 여자’로 부른다.

지금까지 풀코스 3번 완주, 남자도 뛰기 어려운 3시간47분의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다. 3월16일 열리는 동아마라톤은 올 시즌 ‘애인’과의 ‘첫 풀코스 데이트’가 되는 셈.

“마라톤을 좋아하고 나를 사랑하는 남자면 돼요. 마라톤하는 남자들을 많이 만나는데 내가 너무 잘 뛴다고 거리를 둬요. 제가 피니시라인에서 기다려주고 싶은 남자를 빨리 만나고 싶은데….”

그는 학교에서도 마라톤 예찬론자.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난 마라톤에 미쳤다’고 자신있게 말해요. 그리고 ‘너희들도 뭔가 하나에 미쳐보렴’하고 얘기하지요.”

공부에 찌든 아이들. 그들에게 탈출구를 찾아주고 싶어 함께 달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해 동아마라톤 결승선인 잠실종합운동장에 들어서니 제자들이 ‘선생님 힘내세요’란 플래카드를 들고 왔잖어요. 너무 기뻐 눈물이 났어요.” 그 날 학생들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과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단다.

“동아마라톤에는 풀코스만 있어서 같이 못 뛰지만 다른 대회에서라도 아이들과 5㎞쯤 꼭 같이 뛰고 싶어요.”

마교사의 제자 사랑도 마라톤 사랑 못지 않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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