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박용옥/北核해결 단호하게

  • 입력 2003년 1월 16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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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관계가 동맹 반세기 만에 북한 핵 돌풍에 휘말리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의 반미(反美)감정이 급기야 미국에서 반한(反韓)감정을 야기하고 있고 북한 핵 해법과 관련한 한미간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높다. 우리 정치환경도 한미관계의 앞날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선 후 급부상하고 있는 민족화합 및 통일 지향의 진보세력과, 한미동맹 및 안보 지향의 보수세력간의 상호견제와 갈등이 앞으로 더 첨예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미간 냉기류와 우리의 새로운 정치환경을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북한 핵문제를 ‘조선민족 대 미국간의 대결구도’로 규정하면서 ‘민족공조’를 주장하고 나섰다.

▼韓美간-세대간 이견 인식을▼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이 내비치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미-북 중재’는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현재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결코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한미공조 등 국제협력에 의한 대북 압박을 구상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이 북-미 불가침협정 등 북한체제의 안전보장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핵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미-북 중재를 자임하고 나선 우리 정부측은 북한 핵개발 불용,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긴밀한 한미공조 등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북 압박 추진을 견제하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입지는 마치 진행방향이 다른 두개의 파도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삼각파도 해역을 통과하고자 하는 뱃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하나는 한미(동맹)공조라는 파도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민족)화합이라는 파도다. 이 삼각파도의 파고는 ‘2030 세대’의 진보적 성향과 이들의 정치참여 확대에 따라 더 거세질 수도 있다. 뱃사람이 바다에서 삼각파도를 만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위험을 극복하려면 뱃머리가 향할 파도를 잘 선택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2030 세대가 갖고 있는 의식구조와 정치적 성향을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전쟁을 모르고 성장한 이들의 대북관과 안보의식은 분명히 전쟁경험 세대와는 다르다. 2030세대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더 강하고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거침없이 표출한다. 이들 중 일부는 심지어 북한의 핵개발을 미국의 압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으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이 감성적으로 북한의 ‘민족공조’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한편 전쟁경험 세대나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수백만명의 주민을 굶주리게 하면서도 핵개발 등 강성대국을 꿈꾸는 현재의 북한 지도체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악이며 이들의 손에 핵무기가 쥐어진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미 부시 정부의 대북 압박 조치와 이를 위한 한미공조 등 국제공조 강화를 적극 지지한다.

앞으로 정부의 미-북 중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 노력이 북한 핵문제를 다시 편의적으로 봉합하고 넘어가는 성격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결코 제3자의 입장이나 중립적 입장에 설 수가 없다. 북한 핵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문제를 우리가 중재한다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北 설득하되 압력도 가해야▼

정부가 중재에 나선다면 그것은 국제적 대세와 한미공조의 틀 내에서 북한 지도층으로 하여금 국제사회는 더 이상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을 분명히 느끼도록 하는 성격이 돼야 한다. 대화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되 필요시 압력도 가하고 또 최악의 경우도 대비한다는 정부와 국민의 의지가 직접, 간접으로 전달돼야 한다.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과 의지가 전제될 때, 중재의 결과도 기대할 수 있고 또 북한 동포를 위하고 민족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객원논설위원 yongok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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