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이름모를 ‘1호’들을 위하여…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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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타이거 문’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타이거 문’은 한국 최초의 스턴트우먼이라는군요. 언젠가 스턴트우먼을 취재하다가 우연히 듣게 됐지요. 스턴트 경력이 오래 된 분들에게 물어보니 ‘타이거 문’이라는 이름을 다들 알고 계시더군요. “기골이 장대한 전설적인 여걸이었다더라”, “몸을 사리지 않고 액션을 펼쳐 ‘타이거’라는 별명이 붙었다더라”.

하지만 이 정도가 끝이었습니다. 그나마 스턴트맨 중 누군가가 “‘타이거 문’의 본명은 ‘문덕자’”라는 사실만 겨우 기억해 냈을 뿐 현재 생존 여부는 물론, 나이나 출신지 등 최소한의 기본 사항조차 아는 분이 없더군요.

혹시? 싶어서 한국영상자료원 데이터베이스에서 ‘영화인’ 항목을 뒤져봤지요. 여성영화인협회에서 발간한 ‘한국 여성영화인 사전’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역시 ‘타이거 문’ 또는 ‘문덕자’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더군요.

스턴트맨으로 시작해 현재 연기자와 정상급 무술감독으로 활약중인 정두홍씨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스턴트맨은 아직 스태프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풍토다. 우리는 뜨내기 인생같다….”

하지만 스턴트맨이 없다면 ‘친구’의 흥행 신화도, 수많은 액션 영화도 존재할 수 없겠지요. 촬영중인 영화 ‘스턴트맨’의 주인공은 직업이 스턴트맨인데요, 이 스턴트맨의 위험한 액션은 ‘진짜’ 스턴트맨이 대신 한답니다. ^^;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고들 하지요. 한국 영화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웬만한 주연 배우는 수억원의 개런티가 기본일 만큼 영화 시장이 커졌죠. 하지만 빛 안나는 곳에서 일하는 누군가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국 최초의 감독’이나 ‘최초의 배우’도 중요하지만, 낯선 분야에 도전해 새 영역을 개척한 ‘최초의 스턴트우먼’ 역시 영화사에 기록될 소중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수많은 이름모를 ‘1호’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기억들이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P.S 오늘자를 끝으로 11개월간

연재됐던 ‘톡톡 스크린’이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애정과 관심을

갖고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꾸벅-.

마지막 인사는 ‘히딩크 버전’으로

해보렵니다.

Good Bye 대신 So Long으로! ^^;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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