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섬 여행지④]대이작도와 모래섬 '풀등'

  • 입력 2002년 7월 31일 19시 02분


큰풀안해수욕장이 건너다 보이는 모래섬 '풀등'의 해변가 [사진=이원홍기자]
큰풀안해수욕장이 건너다 보이는 모래섬 '풀등'의 해변가 [사진=이원홍기자]

그곳, ‘환상의 섬’. 나타났다 사라지고 없어졌다 다시 보이는 신비로운 섬이었다. 그 섬을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해 저편의 대이작도(인천 옹진군 자월면). 인천에서 쾌속선으로 한 시간 거리였다.

배 들어온 섬 선착장은 어디서나 비슷하다. 화물 내리고 손님 맞는 민박집 주인들로 부산하다. 민박집 주인들은 주로 소형트럭을 몰고 나왔다. 알고 보니 트럭은 산비탈 많은 이 섬의 주요 교통수단. 도시 손님들은 조수석을 마다하고 다투어 화물칸에 오른다. 달리는 트럭의 화물칸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머리카락 날릴 때, 그들은 거기서 일상탈출의 기쁨을 맛본다. 소나무 뒤덮인 고갯마루.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탄성이 화물칸을 메웠다.

트럭에서 내린 곳은 ‘큰풀안’해변. 대이작도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1km쯤 될까, 백사장은 길고도 넓었다. 물속을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물은 허리 근처에 맴돌았다. 목이 터져라 울어젖히는 매미소리, 부드럽게 백사장 훑어대는 파도소리. 적막강산의 해변에는 7월말인데도 물놀이객이 단 두 가족뿐이었다.

그 섬은 정면 바다에 있었다. 가늘고 긴 이 섬.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섬사람들이 ‘풀등’이라고 부른다는 이 섬. 썰물이면 3∼5시간 보였다가 밀물 들면 이내 사라진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고깃배를 빌렸다. 평소 섬에 가보고 싶었다던 해수욕장 인명구조대원 4명도 동행했다. 수면에 드러난 섬. 멀리서 보니 온통 갈매기 세상이다.

배에서 내려 섬으로 다가갔다. 갈매기들은 제 섬이라고 시위하는지 좀체로 자리를 뜨지 않는다. 놀란 것은 물가마우지였다. 한 마리가 큰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섬은 큰풀안 해변에서 보던 것과 달랐다. 거대한 모래벌판이었다. 주민들 말로는 한 30만평은 될 거라고 했다. 아득히 지평선이 보일 정도였으니. 그 위에서 이글거리는 태양.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도 들었다. 옆을 보면 파도가 넘실댄다. 지평선과 수평선이 함께 있는 곳. 그런 곳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하루 한 번 물에 잠기는 섬. 그 덕에 섬의 지표면은 깔끔했다. 물도 맑았다. 사람들이 이런 비경을 그냥 둘리 없다. 날랜 몇 가족은 벌써 꼬마 들을 데리고 와 파라솔 그늘아래서 이 한가로움과 비경을 즐겼다. 낚시도 하고 모래찜질도 하고 모터보트를 타기도 했다. 조금 있으니 고깃배 한 척이 다가와 또 다른 한 가족을 상륙시켰다.

지평선이 보이는 모래섬 '풀등'의 드넓은 모습

산책하기에 좋은 섬이었다. 선탠은 물론 자전거도 탈 수 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물이 들 때가 되어 섬을 나섰다. 그로부터 세 시간 뒤. 섬은 고래가 잠수하듯 서서히 수면아래로 모습을 감추었다. 입소문이 퍼진 탓인지 요즘 들어 대이작도를 찾는 이가 늘었다. 주민들은 피서철에만 해수욕장 및 선착장과 풀등섬을 오가는 배를 운행하려고 생각 중이다.

큰풀안 해수욕장도 멋진 곳이다. 여기서 한밤중에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면 믿을까. 주민들이 가끔 저녁에 즐기는 오락인데 허벅지 정도 깊이의 물에서 손전등으로 물속을 비추며 잡는단다. 인명구조대원을 교육하기 위해 이 섬에 온 허철씨(38·한국잠수협회 수난구조위원)는 “어젯밤 50㎝나 되는 광어를 잡았다”면서 보여주었다.

큰풀안해수욕장과 모래섬 ‘풀등’은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대이작도의 명물. 그래서 ‘큰풀안 민박집’(032-834-6412)이 큰풀안해수욕장의 유일한 상점이자 숙소다. 섬 전체에 횟집도 한 곳뿐이다.

대이작도〓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①대이작도〓15일까지 인천에서 하루 4회 여객선 운행. △쾌속선(3회)〓한 시간 소요. 오전 7시, 오후 12시40분, 6시10분 출발. 3만1100원(왕복) △일반선(1회)〓2시간 소요. 오전 7시30분 출발. 1만9800원(왕복). 서울에서 당일에 오갈 수 있는 코스. 문의 원광해운(www.wk.co.kr) 032-884-3391∼5. ②큰풀안해수욕장〓섬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민박집 트럭 이용(편도 1000원). 3∼5분 소요. 선착장에서 걸어가면 30∼40분 소요. ③풀등(신비의 섬)〓큰풀안, 선착장↔풀등섬은 피서철에 운행될 예정(5000원). 문의 큰풀안 민박집, 어촌계장 강태영씨(032-834-7048), 이작횟집(032-834-9944). 고깃배도 빌릴 수 있다.

◇숙박〓섬안에 호텔 여관이 없다. 큰풀안해수욕장에는 민박도 한 곳(방 8개·50명 숙박규모)뿐. 4인가족 1박에 3만∼5만원, 1인 추가시 5000원. 032-834-6412. 야영도 가능. 계남리에 야영장이 있다. 성수기에는 섬 가구 대부분이 민박을 한다.

◇주의할 점〓풀등(모래섬)은 썰물 때만 드러나는 섬이므로 한낮에 풀등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을 골라 가야 한다. 밀물과 썰물시간은 매일 변하므로 민박집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물때에 맞춰 섬을 떠나야 한다. 주민과 동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또 풀등의 해변에는 위험표지가 없다. 물놀이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섬에는 모기가 많으니 긴팔옷과 모기향은 필수.

◇문의(지역번호 032)〓△자월면사무소 833-6011 △옹진군청(문화관광과) 880-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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