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소유진은 왜 '홍보대사'가 됐을까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25분


TV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으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탤런트 소유진씨가 최근 전주국제영화제 홍보대사로 임명됐지요.

영화제 홍보대사는 영화제의 ‘얼굴’인데요, 영화를 한편도 찍지 않은 TV 스타가 어떻게 그 일을 맡게 됐는지 좀 의아했습니다.

전주영화제측은 “소유진씨는 영화 ‘2424’에 캐스팅돼 5월쯤 첫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니 영화배우로 볼 수 있다”고 다소 궁색한 얘기를 하더군요. 좀 더 알아보니, 영화제측에도 말못할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소유진씨에 앞서 최근 몇몇 신세대 스타 영화 배우들에게 먼저 부탁을 했었는데요, 하나같이 CF나 영화 촬영 때문에 바빠 전주까지 내려갈 시간이 없다고 거절했답니다. 그래서 ‘곧 영화 배우가 될 예정’인 소유진씨가 홍보 대사를 맡게 된 거지요.

하지만 소유진씨 역시 스케줄이 워낙 바빠 개막식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답니다. 영화제측은 “홍보대사가 개막식에 안오면 무슨 망신이냐”며 소유진씨 매니저에게 스케줄 조절을 부탁하고 있다는군요.

영화제 관계자들은 “그래도 바쁜 와중에 보수없이 홍보대사를 맡아준 소유준씨는 고마운 편”이라며 “개막식에 잠깐만 참석해달라고 부탁해도 오지 않는 배우들이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합니다.

국내 영화제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부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죠. 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외에는 다른 스타들의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매년 꾸준히 영화제를 찾아오는 안성기와 강수연씨는 영화제에 애정을 갖고 있는 고마운 배우로 꼽힙니다.

영화제에는 역시 스타급의 배우들이 찾아와야 축제 분위기가 살아나지만 ‘시간이 곧 돈’인 스타들이 지방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오기는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부천국제영화제에도 스타들이 없다는 점이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아무리 먼 지방이라도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다니는 걸 보면 꼭 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언젠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 명품 회사가 마련한 브랜드 런칭쇼에 스타들이 대거 나타나 ‘자리를 빛내주던’ 모습이 자꾸 생각나는군요. 정작 빛내줘야 할 영화제에서는 영화배우들을 보기 힘든데 말이죠.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건 참아도 영화제에 영화배우가 없는건 참을수 없어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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