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日 16강 자신감은 어디서?

  • 입력 2002년 1월 23일 18시 39분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공동개최국인 일본.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같이 손을 잡고 가야하는 일본은 동반자인 동시에 경쟁자이기도 하다.

요즘 일본의 월드컵 분위기는 어떨까. 일본은 최근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불안한 경제상황 때문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그러나 일본은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으로 위안을 삼으며 또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월드컵이 경제부활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이타현의 인구 1400명밖에 되지 않는 나카츠에무라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훈련캠프를 차려놓고 카메룬을 끌어 들일 정도로 일본 국민들이 ‘월드컵 특수’에 거는 기대는 아주 크다.

특히 일본축구대표팀이 16강 진출 여부에 따라 경제적으로 미치는 파장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모든 노력을 월드컵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선 16강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독 겸손하기로 유명한 일본 사람들이 16강을 큰소리로 자신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나는 그것을 크게 세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최근 일본축구의 급성장. 92년 외국인 감독 오프트에서 시작된 선진축구 스타일이 현 필립 트루시에 감독에 와서 꽃을 피우고 있다. 선수들의 개인기, 전술운영면에서 세계 정상권 팀들과 게임을 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전력을 갖췄다.

트루시에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18승11무10패로 시드니올림픽 8강, 2000아시안컵 우승, 컨페더레이션스컵 준우승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나카다 히데토시와 오노 신지 등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 그들의 경험이 어우러진다면 월드컵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지난해 12월1일 열린 조추첨 결과 벨기에와 러시아, 튀니지 등 비교적 ‘약팀’들과 한조에 편성됐다.

아프리카 팀중 카메룬이나 나이지리아가 아닌 튀니지와 한조가 됐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튀니지는 아프리카 특유의 동물적인 신체능력을 가진 선수가 비교적 적어 상대하기 쉽다. 튀니지를 꺾고 유럽팀중에 비교적 중간 정도로 평가되는 벨기에와 러시아를 상대로 1승을 추가, 결국 2승으로 16강에 진출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조편성이 개최국에 주는 선물이라고까지 말한다.

여기에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의 날씨도 일본에 유리하다. 일본의 6월은 장마와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다.

이런 더위에 익숙하지 못한 유럽선수들에게 큰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속에서도 일본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월드컵에 있는 것이다.

일본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anonshooter1990@hotmail.com

◇황보관은…

필자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스페인전에서 프리킥을 114㎞에 달하는 강한 슈팅으로 골로 연결시켜 ‘캐논 슈터’라는 별명이 붙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입니다. 1965년생으로 대구 계성중-서울체고-서울대를 졸업하고 88년부터 95년까지 프로축구 유공에서, 89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습니다. 95년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팀 선수를 거쳐 98년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대에서 유학을 한 뒤 현재 오이타 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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