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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스포츠]키즈 리턴

입력 2001-12-17 17:26업데이트 2009-09-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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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의 계절’. 청춘의 다른 이름이다. 이들에게 있어 일상은 지루하고 인생은 비참하다. 나날은 가볍게 지나가고 삶은 압도적으로 무겁다. 무기력한 하루를 지낸 날의 깊은 밤, 불면은 그야말로 사생결단을 촉구하는 간절한 몸부림이 된다.

어떤 청춘은 소실점을 향해 몸을 던진다. 맹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름다운 보상없는 아우성과 희생은 오직 청춘의 혈기에서만 뿜어져나온다. 그들은 젊고 순수하다. 그 때문에 간혹 ’순수’에 대한 지나친 동경으로 인해 파국을 자초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피의 명령이다. 그러므로 어떤 감독이 청춘의 혈기를 그리고자 한다면 일단 그들의 심연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과장과 미화가 잇따르게 되고 그 경우 영화 속의 청춘은 비장비애한 허수아비, 곧 감독의 예술적 자의식의 낭비로 귀결되는 꼴이 된다.

만약 김성수 감독이 ‘비트’만 만들었다면 그는 장르 영화의 테크니션에 머물렀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에 비하여 ‘비트’는 그 특유의 허장성세로 인해 무척 심심하고 지루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2탄 ‘태양은 없다’가 견실하게 다듬어짐으로써 김성수는 간신히 자기만의 레퍼터리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키타노 다케시는 어떨까. 잡초같은 젊은이들의 혈기방자한 영화 ‘키즈 리턴’. 칸과 베니스의 사랑을 받은 ‘소나티네’(93년)와 ‘하나비’(97년) 사이에 만든 이 청춘 영화는 감독이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오간 뒤 문득 깨달은 삶에 대한 성찰이 깔린 96년도 작품이다. 자신의 첫번째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키즈 리턴’은 학교와 사회에서 ‘왕따’ 당한 불량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흔한 설정이다. 그러나 ’하드보일드 로맨티시즘’으로 불리는 키타노 감독의 쓸쓸한 정경과 속으로 삭히는 웃음은 이 영화에서도 짙은 그림자로 깔려 있으며 그 답답한 조건 위에서 두 청춘은 왕따, 야쿠자, 폭력 그리고 권투라는 위압적인 상황들을 직면한다. 허전하고 답답하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거창한 설정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하루하루의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맹렬하게 부딪치는 두 청춘의 이야기는 역시 키타노다운 허무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정윤수/스포츠문화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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