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헌의 뇌와 우리아이]손 많이 쓰면 상상력 발달

  • 입력 1999년 12월 20일 19시 58분


인간이 앞 발을 들고 두 다리로 걷게 되면서 두 손의 용도는 단순한 걷기에서 ‘한 발 나아갔다’.

두 손은 뇌의 명령에 따라 각종 창조물을 쏟아내는 ‘마법의 손’ ‘예술의 손’이요, 확실한 문명의 도구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범죄를 저지르는 ‘악마의 손’ ‘저주의 손’이 되기도 했다.

신비로운 손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뇌의 부위는 전두엽과 머리 한가운데 있는 두정엽 사이를 분리하는 중앙 고랑인 중심구 바로 앞에 있다. 이곳이 망가지면 고도의 정신활동이나 창조적 활동이 손을 통해 표현될 수 없게 된다.

이 운동중추에는 신체 각 부분을 조절하는 많은 ‘통제실’이 있다. 통제실의 크기는 지배하는 근육의 크기에 비례하는게 아니라 운동의 정밀도와 복잡한 정도에 따라 다르다. 즉 몸통을 지배하는 중추보다 손 입 혀 등 세밀하고 정교한 운동을 관할하는 통제실이 훨씬 더 큰 것.

손을 지배하는 운동중추가 발달된 사람은 손놀림이 민첩하고 정교해서 위대한 과학적 창조물이나 예술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반대로 손을 사용해 정교한 일을 반복해 연습하면 운동중추를 발달시킬 수 있지만 손놀리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부위의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뇌의 일부가 중풍 등으로 마비된 환자도 손발 등을 자극하거나 운동시키는 물리요법을 실시하면 뇌가 자극돼 어느 정도는 회복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조립하고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다루는 등 손을 열심히 사용할수록 뇌의 운동중추가 잘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손이 부지런한 자는 축복을 받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인식해 우리 아이들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서유헌<서울대의대 교수·한국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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