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 뉴라이프 2]유전자 조작

  • 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2003년.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인간 유전자구조를 밝히기 위해 세계 유전학계가 공동추진해온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13년 만에 끝나는 것이다. 이는 인간유전자를 ‘신’이 아닌 인간이 조작할 가능성이 커진 것을 뜻한다.

이같은 연구를 감안할 때 늦어도 50년 안에 새로운 인류, 이른바 ‘슈퍼 베이비’가 탄생할 것이라고 미 ABC방송과 일간지 휴스턴크로니클이 최근 보도했다.

▼50년내 신인류 등장▼

비만 가능성이나 유전 질환이 없고 출중한 외모, 높은 지능, 뛰어난 운동신경, 탁월한 음악 감각을 갖춘 아기. 뉴밀레니엄 슈퍼 베이비의 모습이다. 그때쯤이면 부모들은 유전자 특성을 설명한 ‘쇼핑 목록’을 보며 남녀, 눈동자 색깔, 목소리, 키, 체형 등을 고를 수 있다. 개처럼 예민한 후각이나 독수리 같은 뛰어난 시력을 갖춘 아기도 선택할 수 있다.

돈많은 사람을 중심으로 ‘슈퍼 유전자 계급’이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막대한 ‘슈퍼 유전자’ 경비를 정부가 가난한 계층에도 융자해주어야 한다는 망상같은 주장마저 있다.

자동차 모델을 선택하듯 아기를 선택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윤리적 비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40%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라도 자녀에게 보다 나은 외모를 물려주고 싶다”고 응답했다.

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을 당시 “불임 판정을 받는다 해도 시험관아기는 안 갖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후 21년간 30만명 이상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다. 유전자조작에 대한 거부감도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지 모른다.

▼윤리적 비판도 많아▼

‘슈퍼 베이비’에 대한 이런 상상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연구자도 많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목적이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 불치의 병을 퇴치하는 데 있음을 외면한 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설’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상자의 얼굴을 고치기 위해 등장한 성형수술이 오늘날 취향대로 얼굴을 뜯어고치는 수단이 된 것을 보면 기우(杞憂)만은 아닐 것 같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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