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SBS가 안방을 잡는 이유

  • 입력 1999년 7월 13일 18시 36분


SBS가 91년 창사이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KBS MBC가 파업을 시작한 13일 아침, SBS관계자들은 전날밤 시작된 월화드라마 ‘고스트’의 성적이 26.7%로 나온 것에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주 34.7%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은실이’를 떠올린 것.

뿐만 아니다. 매주 미디어서비스코리아가 집계하는 시청률 톱10 중 절반은 SBS가 차지하고 있다. 시청률만이 아니다. SBS의 올 상반기 광고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한 1459억8989만원이나 됐다. KBS2 MBC가 각각 16.1%,19.5% 늘어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상승세다(방송광고공사 자료). 시청률 상승세가 광고수주로 이어진 것이다.

평소 “일개 지역민방과 우리를 비교하지 말라”던 KBS MBC 간부들은 요즘 “우리도 그 비결을 알고 싶다”며 방송사 출입기자를 붙들고 묻는다.

SBS의 약진 이유는 철저히 흥행을 겨냥하는 제작풍토. 간부진들은 “시청률만 좋다면 비난은 내가 막아준다”며 제작진을 독려한다. 뛰어난 작가와 스타를 돈으로 묶어두는 것도 SBS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프로 잘만드는 것 외에 회사에서 신경쓸 일이 적었던 점도 이유중 하나. 방송법 개정시안을 놓고 KBS MBC는 줄곧 ‘투쟁결의’를 다진데 비해 SBS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파업현장의 타방송사 관계자는 “SBS의 상업주의가 방송문화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방송을 산업논리로 보는 정부여당 각성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방송의 산업적 기능에 충실한 지역민방 하나가 시청률에서 두개의 ‘공영방송’을 압도하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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