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김형모/부부싸움후 자녀 위로를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청소년기에 고민하고 방황하는 자녀를 어떻게 할 것인가.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이 조언을 하는 칼럼을 매주 월요일 게재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모처럼 대화를 나눠보십시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이니 싸움이 끝나면 그 뿐, 아이들인 너희가 탓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자녀가 다 자라기까지는 한바탕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도 다시 흐르는 강물처럼 부부 사이가 무사히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가 있을 때는 물 베는 칼로 자녀의 마음을 베게 됩니다. 싸우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은 막연히 부모의 싸움이 자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 싸움을 시작하면서 지금부터 엄마 아빠는 이런 문제, 이런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도중에 물건이 날아다니거나 높은 소리가 날 수도 있으니 너희들은 놀라지 말고 안심하거라. 곧 끝날 거다. 이렇게 미리 선전포고를 하고 싸움을 시작하는 부모님은 안 계실 것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그릇이 날아다니는 효과음이 부엌 쪽에서 혹은 안방에서 나기 시작하면 덜컥 내려앉은 아이들의 가슴은 그때부터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삼일 사이에 말을 듣지 않았거나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면 그 죄책감은 더욱 커집니다. 부모님의 싸움이 분명히 나 때문에 시작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다 그 생각이 깊어지면 나는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가 죄책감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얼마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집안이 조용해집니다. 아이는 두려워서 방 밖에도 못나가고 있다가 다음 날 아침에 겨우 부모님 얼굴을 보았는데 두 분 다 어젯밤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을 때 아이는 안심이 되면서도 마음에서 배신감과 작은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

부부 싸움이 끝난 후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치료해 주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 모두가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꼭 위로해 주십시오.

“미안하다. 네가 친구하고 가끔 말다툼을 하듯이 엄마 아빠도 말다툼을 할 때가 있단다. 이젠 서로 뜻을 알아서 문제가 해결되었단다. 어제 저녁에 놀랐지. 그렇지만 아직도 우린 사랑한단다.”

위로를 받은 아이가 막연히 품었던 죄책감과 불안에서 벗어나 편히 잠자리에 들게 되면 칼로 베인 흔적 없이 다시 강물은 흘러 갈 것입니다.

싸움 후에 사과가 없이 몇 번의 싸움이 반복되다 아이의 문제가 얽혀들어가면 아이는 영락없이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고 계셨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부부 싸움 한 번도 마음놓고 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부부라야 자식키우기가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있지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싸우고 싶을 때 다 싸우면서 바른 가정교육이 될 수는 없습니다.

김형모(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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