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좋다]정겨운 증기기관차 「추억만들기」

  • 입력 1999년 4월 1일 19시 32분


‘삐익―삐이익―.’

추억어린 증기기관차가 4월 첫 휴일인 4일부터 다시 달린다.

오전 10시15분. 기적소리를 길게 울리며 서울역을 출발한다. 지난해 11월말 이후 수색역에서 긴 ‘겨울잠’을 잔 지 4개월만의 ‘외출’이다.

신촌 가좌 수색 능곡 대곡을 지나 일영 장흥 온릉 송추역…. 열차는 경기 북부의 명소마다 승객들을 차례차례 풀어놓는다. 이어 11시50분 종착역인 의정부역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오후5시 다시 서울로 향한다.

편도 48.8㎞의 여정 내내 화통에서 뿜어나오는 수증기, 정겨운 기적소리, 달려가 붙잡을 수 있을 듯한 여유있는 속도…. 64년 디젤기관차에 밀려 퇴역할 때까지 이 구간을 운행한 왕년의 ‘선배’를 쏙 빼닮았다.

그러나 이 증기기관차에선 작업복에 연탄가루를 가득 묻힌 승무원은 보이지 않는다. ‘칙칙폭폭 슈우―’하는 정겨운 박자소리도 들을 수 없다. 연기도 검지 않고 희다. 석탄이 아니라 디젤을 동력으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사온 증기기관차에 무궁화호 객차 4량(1량당 72석)을 연결했기 때문에 객차 내부도 예전모습과 다르다.

하지만 증기기관차 여행 코스에서는 아직도 옛날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대곡역을 지나 창밖의 노란 개나리를 보고 있노라면 열차는 어느듯 교외선 철로로 접어들어 일영역에 들어선다.

일영은 데이트 코스로 제격. 역에서 남쪽으로 5백m가량 가면 넓은 소나무숲과 파릇한 잔디밭이 펼쳐진다. 강에선 호젓하게 연인과 보트를 즐길 수도 있다.

이어 장흥역. 역 주변에는 통나무집과 카페 등이 길게 늘어서 있다. 10분 가량 이 길을 걸으면 야외조각전시장이 나오고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장흥국민관광지에 닿는다.

열차는 이어 온릉역을 거쳐 송추역에 닿는다. 역에서 3㎞가량 떨어진 송추유원지 입구에서 시작되는 4㎞의 오솔길은 산책코스로 그만이다.

증기기관차가 다시 운행을 시작한 것은 94년. 서울지방철도청 오광부(吳光夫)영업국장은 “철도의 추억과 낭만을 되살리기 위해 증기기관차 운행을 재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증기기관차는 4월부터 11월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에 하루 1번만 운행한다. 요금은 편도 3천8백원. 이용일 7일전부터 증기기관차가 정차하는 역에서만 판매하며 전화예매는 받지 않는다.

좌석제가 아니고 입석까지 합쳐 좌석수보다 배 많은 6백장 가량을 발매할 예정이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먼저 올라타야 하는 게 흠. 평일과 토요일엔 결혼식이나 소풍 용도 등으로 전세 낼 수도 있다(1백95만∼2백40만원). 문의 02―392―1324 또는 7788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