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말한다]클리포드 기어츠의 「문화의 해석」

  • 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16분


‘문화의 해석’(까치)은 저명한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가 자신의 문화인류학 논문 15편을 모은 책이다. 묵직한 논문들을 모은 책이니만큼 읽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세상의 여러 현상들에 대해 보다 깊고 넓은 지적(知的) 이해를 희망하는 지식인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인류학의 목적이 인간들간의 의사 소통의 세계를 넓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발리의 닭싸움에서부터 신생국의 정치에까지, 그리고 종교나 정신에서부터 인간 개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삶의 문제들을 구체성을 훼손치 않으면서 다룬다. 연구 대상만 광범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 방법과 이론적 도구 역시 광범위하다. 그는 주요한 사회학이론 뿐만 아니라 생리학 심리학 경제학 인지과학 철학 언어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이론을 검토하고 원용한다. 그의 논의는 너무나 박식하여 요약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인류학이란 것이 참으로 종합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이 지닌 더 큰 장점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저자의 관점과 방식이다. 그 관점은 다중 초점이며, 그 방식은 중층적이다. 인간 세상의 모든 현상은 다중 초점을 이용하여 중층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저자의 놀라운 박식은 이러한 관점과 방식을 뒷받침해준다. 그래서 그의 정치 연구는 기존의 정치학을 넘어서며, 그의 종교 연구는 기존의 종교학을 넘어서서 해석적 문화 분석에 이른다. 그리고 우리에게 정치와 종교에 대해서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열어준다. 이것은 세계의 복잡성을 깊이 통찰하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시지프스적 노력을 경주하는 겸허하고 성실한 연구태도라 할 수 있다.

이남호(고려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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