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쿨러닝’ 평창 도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평창올림픽 D-94]알파인스키 아프간 대표 2명, 나무스키 메고 산 걸어올라 연습
NGO 덕에 스위스서 정식훈련… 2년만에 올림픽 출전 꿈 이뤄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둔 아프가니스탄 스키 대표팀의 사자드 후세이니(왼쪽)와 사예드 알리샤 파르항이 스키장에서 국기를 펴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이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간 스키 챌린지 페이스북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둔 아프가니스탄 스키 대표팀의 사자드 후세이니(왼쪽)와 사예드 알리샤 파르항이 스키장에서 국기를 펴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이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간 스키 챌린지 페이스북
‘전쟁, 테러, 보복….’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슬람 급진이론으로 무장한 탈레반 정권은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붕괴됐다. 탈레반은 무너지기 직전 바미안에 있는 거대 석불 2좌(座)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러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10대 초반으로 바미안에 살던 사예드 알리샤 파르항(27)과 사자드 후세이니(26)는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이란으로 피란을 갔다. 다시 고향 바미안으로 돌아온 것은 10년이 지난 2011년이었다.

산악지대인 바미안에는 때마침 그해 겨울 스키 클럽이 문을 열었다. 파르항과 후세이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키의 매력에 빠졌다. 리프트도 없었고, 코치도 없었다. 하지만 둘은 나무로 만든 스키를 어깨에 메고 산을 걸어 올라가 타고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둘은 이듬해부터 아프가니스탄 국내 스키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을 꿈꾸기 시작한 건 그즈음이었다. 외국 자원봉사단체들이 손을 내밀었다. 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둘은 스위스 생모리츠의 한 리조트에서 체계적인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6일 AFP 등에 따르면 둘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열대지방인 자메이카 선수들이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쿨러닝’을 연상시킨다.

모하마드 자히르 아그바 아프가니스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총회에 두 선수를 데려갔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출전 선수 등록 신청을 마쳤다”고 밝혔다. 겨울 스포츠의 불모지 아프가니스탄이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후세이니와 파르항은 “세상 사람들에게 아프가니스탄에는 전쟁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둘은 최근 다시 스위스 생모리츠로 돌아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안드레아스 하니 코치(스위스)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둘은 일(一)자로 스키를 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레이싱을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올 초 생모리츠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세계선수권 남자 대회전에서 파르항은 86위, 후세이니는 87위를 했다. 완주 선수 88명 가운데 뒤에서 2위와 3위였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실력으로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FIS의 결정에 따라 와일드카드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나라의 출전을 원하는 IOC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카드다. IOC는 지난해 리우 여름올림픽 때도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기 위해 ‘난민 팀’을 출전시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프가니스탄#평창올림픽#알파인스키 아프간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