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창덕]상생과 반목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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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부 기자
김창덕 산업부 기자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같은 처지다.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했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02년 대우자동차를 샀다. 둘 다 외국 자본을 대주주로 둔 국내 공장이 됐다. 자동차 자체 개발 역량을 갖고 있었지만 두 회사의 기능은 점차 ‘한국 내 생산기지’로 무게중심이 옮아갔다. 글로벌 본사에서 생산물량을 할당해 주지 않으면 회사가 존립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생산량이 조금이라도 줄면 곧바로 ‘철수설’이 불거지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시장 규모는 183만 대로 세계 10위다.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한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이 시장의 70%를 가져가고 있다. 결국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내수가 아닌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GM과 르노의 다른 해외 생산기지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우선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GM과 르노의 글로벌 본사는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생산기지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품질, 생산원가, 운송비용 등을 따져 최적의 비율로 물량을 배분한다. 이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선진국들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편이었다.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미국, 일본, 독일 등보다 국내 평균 연봉이 오히려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생산기지가 높은 품질을 보장하더라도 전체적인 생산성 측면에서 그다지 유리할 게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한국 최고경영자(CEO)들이 유독 노사 갈등에 대해 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유다.

르노삼성 노조는 ‘상생’을 택했다. 지난해 7월 르노삼성 노사가 이뤄낸 ‘노사 대타협’은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르노삼성의 노조도 과거에는 임금 상승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여러 차례 파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갈등은 결국 노조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체험했다. ‘일하면서 협상하자’는 원칙이 그래서 생겼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곧바로 닛산 로그의 추가 증산으로 노조의 결단에 화답했다.

한국GM 노조의 행보는 좀 다르다. 지난해 6000억 원의 영업적자에 당기순손실만 1조 원을 낸 회사를 상대로 임금을 올려달라며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르노삼성이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생산물량을 따오는 동안 한국GM은 임팔라 생산물량을 다른 해외 공장에 빼앗겼다. 온전히 노조 리스크 때문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 국내 공장 역시 한국GM이나 르노삼성과 다른 처지라 보긴 힘들다. 해외 공장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근로자들의 일거리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상생과 반목 사이, 선택은 노조의 몫이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프랑스 르노 자동차#한국gm#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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