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슈피겔 “샌프란시스코 공항, 급강하 요구 악명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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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 착륙 사고]공항 자체 문제점 지적
3주전에도 루프트한자機 착륙 실패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와 관련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자체의 결함을 지적했다.

슈피겔 온라인판은 8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사고 발생은 그저 시간문제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일 국적기인 루프트한자 항공기도 3주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에 실패한 적이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착륙 실패율이 전 세계 국제공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루프트한자 측은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 대해서는 특별 안전수칙까지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슈피겔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여러 번 착륙해본 경험이 있는 조종사들의 증언과 사례를 들며 공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한 조종사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에 대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착륙을 하기가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까지 말했다.

슈피겔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공항 주변의 소음 제한 규제 탓에 멀리서부터 낮게 접근하지 못하는 공항”이라며 “항공 교통 관제사가 짧은 시간에 급경사 착륙을 유도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조종사들에게 악명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조종사는 “이로 인해 비행기의 급강하 속도가 최대 허용치를 넘어서는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슈피겔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시설 개조 공사 중이어서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하는 ‘글라이드 슬로프’를 비롯해 착륙 유도등, 접근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한 조종사는 “전자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전 경고 등을 통해 공항에 가파른 각도로 접근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의 착륙 각도를 사전에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항공사 기장들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와 인접한 지형적 특성 외에 관제 방식도 문제라는 것이다. 기장들은 공항 활주로에 안정적으로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춰야 할 지점에 도달했는데도 공항 관제사들이 지시를 뒤늦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잉777 기종 운항 경력만 10년이 넘는 A 기장은 “고도를 낮추라는 지시가 제때 떨어지지 않아 짧은 시간에 고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장관석 기자 raphy@donga.com
#아시아나항공#여객기#NT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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