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무마’ 떠넘기지 않으면 떠안는 조국의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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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의혹 민정실 3인 협의설에
박형철 “감찰 중단은 조국 지시”, 백원우 “나와는 무관” 선긋기
조국, 검찰 조사서 적극 해명한듯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에 대한 감찰 무마에 연루돼 한 차례씩 조사했던 전·현직 청와대 핵심 관계자 일부를 최근 추가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을 16일 조사하기 전 청와대 관계자들의 엇갈리는 주장을 따져 물어 사실 관계를 명확히 매듭지은 것이다. 청와대가 15일 유 전 부시장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비판한 바로 다음 날 검찰이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조사한 것도 감찰 무마 과정에 대한 기초적 사실 관계가 이미 탄탄히 굳어졌다는 자신감에 기초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앞서 가족 비리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세 차례 조사받았던 것과 달리 이날 감찰 무마 조사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도 침묵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감찰 무마와 관련된 지휘 선상에 있는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유 전 부시장을 감찰했던 특별감찰반의 직속상관인 박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조 전 장관의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사이에 감찰 중단 과정에 대한 입장 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일단 조 전 장관 주변을 중심으로는 조 전 장관,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 세 사람의 협의로 감찰이 중단됐다는 ‘3인 회동’ 프레임이 많이 거론됐다. 이는 감찰 무마의 책임에 조 전 장관 외에 백 전 비서관까지 끌어들이는 구도가 된다.

그러자 백 전 비서관은 12일 언론을 통해 “(감찰 결과 보고서를 가져와 회의를 한) 그 시점에서는 이미 감찰이 종료돼 더 이상 감찰 중단이나 감찰을 무마하는 논의가 불필요한 시점”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백 전 비서관은 감찰 무마 관련 형사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구도지만 조 전 장관의 주장에는 흠집이 생길 수 있는 구도다. 조 전 장관이 책임을 떠밀지 않으면 떠맡게 되는 현재의 딜레마 구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뒷말도 흘러나온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감찰 무마를 주도한 사실이 인정되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날 청와대의 언론 보도 비판에 검찰이 즉각 반박한 것에 대해 “검찰이 나서서 (언론의) 의혹 보도가 맞다는 입장을 밝히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유재수 감찰무마#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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