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70% ‘처음학교로’ 거부…강제수단 없어 매년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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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일 1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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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처음학교로 등록 늘었지만 참여율 절반 안돼
교육당국 행·재정적 제재도 미봉책…“법 개정해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 소속 유치원 원장들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유아교육과에 ‘처음학교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 News1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 소속 유치원 원장들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유아교육과에 ‘처음학교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 News1
전국 사립유치원 70%가 유치원 원서접수·추첨 온라인 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불참률이 높자 교육부가 등록기간을 오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끝까지 참여하지 않는 사립유치원들에 행·재정적 제재를 가하기로 했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 없는 상태다. 해마다 불거지는 ‘유치원 입학 전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처음학교로에 등록한 전국 사립유치원 비율은 30.9%다. 지난해보다 11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사립유치원 10곳 중 7곳은 여전히 처음학교로를 외면하고 있다.

처음학교로는 온라인에서 원서접수부터 추첨·등록까지 유치원 입학절차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해마다 온가족을 동원해 치르는 이른바 유치원 입학전쟁을 해소하고 원아모집을 위해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교원들의 불만도 덜어주기 위한 취지다.

상당수 사립유치원이 처음학교로 보이콧을 하는 데에는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최대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사립유치원과 국공립유치원 간 정부지원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처음학교로라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원아모집을 하면 당연히 국공립유치원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리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실명공개 파장으로 사립유치원 이미지가 추락한 점도 한몫했다. 또다른 사립유치원 단체인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반감이 너무 큰 상황에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면 사립유치원의 심각한 미달 상황만 밖으로 더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사립유치원들의 처음학교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재정지원과 연계해 학급운영비 등을 차등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은 처음학교로 미등록 사립유치원 우선 감사, 명단 공개 등 행정적 불이익도 주기로 했다.

처음학교로를 통한 원아모집을 제도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시·도별 관련 조례도 제정하기로 했다. 유치원 유아모집과 선발방법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치원 원아를 모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다. 현재 이런 내용의 조례를 둔 곳은 서울뿐이다.

교육부는 한발 더 나아가 시·도별 조례를 제정할 때 미참여 유치원에 대해서는 정원·학급 감축, 유아모집 정지, 차등 재정지원 등 실질적 조치를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립유치원들의 참여를 강제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유치원도 어린이집처럼 국공립과 사립 가릴 것 없이 온라인 입학 시스템을 통해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아교육법을 개정만 하면 처음학교로를 전면도입할 수 있는 만큼 국회가 조속히 이를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립유치원 명단을 처음 공개하고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우선 사립유치원 비리 방지를 위한 이른바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이후 처음학교로를 통한 유치원 입학이 법제화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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