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혜승]무작정 주5일 수업 전면실시… ‘나 홀로 아동’은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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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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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 교육복지부
강혜승 교육복지부
‘학생과 학부모도 주5일 수업을 원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1일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월 2회인 주5일 수업을 매주 실시하기를 원하는 건 교사들만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근거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교총은 최근 교사 2298명, 학부모 2323명, 학생 2442명에게 주5일 수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학부모는 77.8%, 학생은 87.9%가 전면 실시에 찬성했다.

교사의 68.1%는 전면 실시해도 사교육이 지금보다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교육을 늘리겠다는 학부모는 7.6%에 그쳤다.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답변도 소수였다.

이 결과를 토대로 사교육비 증가와 학력 저하 같은 부작용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교총은 주장했다. 주5일 수업 방안을 상반기 안에 마련하는 데 기초자료로 쓰겠다고도 말했다.

학부모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주5일 수업을 걱정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안 들리는 모양”이라고 혀를 찼다.

조사의 정확성을 차치하더라도 상당수의 학부모와 교사가 반대 의견을 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문에 응한 교사 중 260명은 사교육비 증가를 우려했고 875명은 ‘나 홀로 학생’을 걱정했다. 학부모 501명은 사교육비와 자녀 지도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며 주5일제에 반대했다.

교총은 이런 목소리를 외면했다. 주5일제 수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설문을 이용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설문에서 ‘나 홀로 학생’을 위한 지원 방안이나 맞벌이 부모의 교육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주5일제 수업은 교총이 교사의 복지를 위해 2000년부터 추진한 숙원사업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의 단체교섭에서 상반기까지 시행 방안을 마련한다는 합의도 이끌어냈다.

산업계에 주5일 근무제가 보편화됐다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5일 수업을 2003년부터 부분적으로 도입했지만 정부는 변변한 실태 조사 한 번 진행하지 않았다. 2004년에 나온 ‘주5일 수업제 모든 학교 월 1회 실시 방안 연구’가 고작이다.

교총이 진정 교원들의 단체라면 주5일 수업 전면 실시를 주장하기에 앞서 교육취약계층의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하고 나름대로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강혜승 교육복지부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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