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세력만 쏙 뺀 이집트 새 내각 출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군부-세속주의 세력 요직 차지… 여성-기독교인 각각 3명씩 발탁
당분간 정국 갈등국면 지속될 듯

군부와 자유세속주의 세력이 중심이 된 이집트 과도정부 새 내각이 16일 출범했다. 새 내각에는 여성과 기독교인도 포함됐지만,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계가 배제돼 향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아들리 만수르 임시정부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하짐 알베블라위 총리를 비롯한 각료 35명의 취임 선서식을 열었다. 군부 최고 실력자 압둘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은 제1부총리에 취임했고, 레다 하페즈 중장이 방산장관에 임명되는 등 군부 인물도 요직을 차지했다.

새 내각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을 이끈 자유세속주의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경제 분야 전문 변호사이자 이집트금융감독기구(EFSA) 수장을 지낸 지아드 바하 엘딘이 제2부총리 겸 국제협력장관을, 헌법학자이자 국제법 교수 출신인 호삼 에잇사가 제3부총리 겸 고등교육장관을 맡았다. 외교장관에는 1999∼2008년 주미 대사를 지낸 핵군축 전문가 나빌 파흐미가 임명됐다.

라일라 라셰드 이스칸데르 환경장관을 비롯해 공보장관, 보건장관 자리에는 여성 장관이 취임했다. 수십 년 동안 이집트 내각에는 2명 이상의 여성 각료가 포함된 적이 없다. 또 이스칸데르 장관을 비롯한 총 3명의 기독교도가 내각에 진출했다.

이날 출범한 내각에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이후 대통령선거와 총선거,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이슬람 계열이 모두 배제됐다. 무르시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슬림형제단 출신 장관(12명)을 비롯해 보수 이슬람정당인 ‘알누르당’, 온건 이슬람정당 ‘알와삿당’ 등 친이슬람계 장관 17명이 내각의 핵심 부서를 장악했다.

무슬림형제단과 알누르당 등 이슬람 세력은 내각 참여를 거부하고 새 내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집트 카이로 시내에서는 내각 발표 하루 전인 15일 저녁부터 16일 새벽 사이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사태가 벌어져 최소 7명이 사망하고 260여 명이 다쳤다.

게하드 엘하다드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불법적인 정부, 불법적인 내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슬람 세력 측에 17일부터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했다. 알누르당도 성명을 내고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몰아내고 정부를 장악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집트#이슬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