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치개혁·과거청산 급물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5일 10시 17분


코멘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축출 이후 정치 개혁과 과거 청산을 향한 이집트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집트군 최고위원회가 개헌 및 권력 이양 절차를 점차 구체화하는 가운데 권력공백 상황이 새로운 독재로 연결되지 않도록 시위대의 견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바라크 퇴진 사흘째인 14일(현지시간) 이집트군 최고위원회는 헌법 개정 등 정치 개혁과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군 최고위는 퇴직 법관인 타레크 알-비슈리를 개헌위원회의 수장으로 이날 임명했다.

알-비슈리 신임 개헌위원장은 무바라크 대통령 치하에서도 사법부 독립을 위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낸 인사로 법조계에서 안팎에서 명망이 높다.

군 최고위나 과도정부가 직접 발표하진 않았지만 군 최고위와 면담한 시위대 고위 관계자 등을 통해 정치 개혁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군 최고위와 회동한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상징 와엘 그호님은 군 최고위가 앞으로 2개월 안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아흐메드 샤피크 총리는 다음 주 중에 야권 인사를 내각에 포함하는 개각을 계획하고 있다고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이 이날 전했다.

시위대는 무바라크 퇴진 이후 권력 공백 상황이 군부에 의한 새로운 독재로 연결되지 않도록 견제에 나서고 있다.

시위대는 특히 18일로 예정된 '승리의 금요일' 대규모 시위를 군 최고위에 대한일종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위대의 승리를 기념하고 시위 과정에서 산화한 희생자를 기린다는 취지지만 이때까지 군 최고위가 시위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분명한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시위를 재개하겠다는 압박이라는 의미다.

청년연합단체인 '4월6일 청년운동' 관계자는 군 최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민주주의로 개혁 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민간인 4명, 군인 2명으로 구성된 대선위원회를 만들어 대선 총선이 진행될 때까지 권력 이양 과정을 감시 감독하라고 요구했다.

군 최고위는 새로운 내각이 결성될 때까지 기존 샤피크 총리 내각이 역할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군 최고위는 다만 18일까지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1981년 이후 지속된 비상사태법의 해제 시점을 설정하며, 언론, 정당 결성,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겠다고 시위대에 약속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군 최고위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거나 개헌을 추진한다는 등
정치 개혁안을 내놓고 있지만 주요 선거 일정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오랫동안 권력을 장악해왔던 군 최고위 주요 관계자들이 과연 얼마나 개혁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자칫하면 또 다른 '또다른 늙은 군인'들로 통치자만 바뀔 뿐 개혁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무바라크 대통령 독재 시절의 불운한 과거를 청산하려는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국에 무바라크 정권 고위 관계자들의 자산을 동결해달라고 이날 요청했다. 해당국들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집트 변호사 협회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재산 축적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무바라크 대통령 재임 시절 내내 눌려왔던 노동계는 파업 등을 통해 목소리를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섬유 등 산업계는 물론이고 은행.증권거래소.항구.철강.언론.철도.우편 등 기간산업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문화부와 보건부 공무원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이집트 당국은 이번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훼손된 고대 이집트 유물 2점을복구했다고 이날 밝혔다.

복구된 유물은 파라오의 심장부에 들어가는 부적과 작은 조각품이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