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층, 정부에 집단반기… 中 조용한 혁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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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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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의 스승’ 쑨리핑 칭화대 교수의 경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스승이 지난 정권 10년의 과오로 인해 사회 기층에서 정부에 집단반기를 드는 ‘조용한 혁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 정권이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지 못하면 민심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이에 화답하듯 시 총서기도 당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정권 초기 고강도 정풍(整風)운동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 펑황(鳳凰)망 등에 따르면 시 총서기의 박사 논문을 지도한 쑨리핑(孫立平·사회학·사진) 칭화(淸華)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격주간 경제지 차이징(財經)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과거 10년간 우리 (정치) 체제에 변화가 있었느냐”고 반문한 뒤 “없었다. 사회 전체의 생태계는 변했는데 체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조용한 혁명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혁명의 근거는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와 광둥(廣東) 성 우칸(烏坎) 촌 시위로 대표되는 민중 항거다. 그는 “관리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악행 위임권’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치가 산산조각이 났고, 정부가 말하는 것을 백성들이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쑨 교수는 “계획생육(인구조절) 때문에 애를 못 낳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세수(稅收) 목표는 올려 잡는다”며 “당국이 안정을 명분으로 법치를 파괴하고 심지어 하부기관이 불법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중앙에서) 묵인해 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의법치국(依法治國)을 말해왔는데 오늘 법치를 파괴하고 내일 하루 파괴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법치국인가”라며 “지금 중국의 문제는 법률이 좋냐 좋지 않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로 과연 돌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일한 해결은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는 것이며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주동적이면 주동적일수록 좋다. 늦게 단절할수록 피동적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개혁을 당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쑨 교수는 “10년이 지나면 정부가 사과를 해도 백성을 달래기가 불가능할 것이며 5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면 (백성을 통제할) 유일한 방법은 무력진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에서 발생하는 조용한 혁명은 중국의 변화를 강제하는 동력이다”라고 덧붙였다.


쑨 교수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시위가 연간 18만 건(2010년 기준)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지난해 발간하는 등 정치체제 변화를 촉구해온 개혁론자다. 일각에서는 시 총서기의 멘토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이 모종의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혁명’이라는 단어를 동원함으로써 정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임을 강조했다.

시 총서기도 4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헌법 공포 3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공산당을 포함해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헌법과 법률을 넘어설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단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총서기는 또 5일 인민대회당에서 한국인 교수를 포함한 중국 거주 외국인 20여 명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역사는 폐쇄된 국가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며 “중국은 폐쇄에서 벗어나 개혁 개방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총서기의 이런 언급들은 단순한 원칙론이 아니라 법치와 글로벌 규범으로 정권 초기 규율 확립을 위한 정풍 운동의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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