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녀상 압력’ 요청에 난감한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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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각파도 휩싸인 한국 외교]中 견제할 한미일 동맹 균열 우려… “위안부 합의로 화해 증진” 원칙론
소식통 “바이든, 아베에 자제 요청”… 日 ‘美와 공동보조’ 언론플레이 정황

日 ‘美와 공동보조’ 언론플레이 정황

 일본이 서울과 부산의 소녀상 설치 문제를 놓고 미국의 인정과 협력을 구하는 ‘역(逆) 워싱턴 위안부 외교’를 다시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수면 아래 잠겨 있던 한일 역사 이슈가 다시 불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굴기(굴起)와 북한 핵문제 대응을 위해 구축해 온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장 예민한 아킬레스건이 다시 노출된 형국이기 때문이다.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 측에 4대 강경카드 단행 방침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측은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자는 제안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국은 부산시가 일시적으로 소녀상을 철거했을 때 여론이 강하게 반발한 점과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일본은 미국을 동원했다. 한국 시간 6일 새벽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회의에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에게 1시간 동안 항의하는 동시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도 “일본 측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 측에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차관도 블링컨 부장관에게 한국의 상황을 일본에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측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통화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공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부통령은 일본 측이 계획하는 조치가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고 이를 자제시키기 위해 아베 총리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안다”며 “일본이 이런 내용을 빼고 언론에 알려 마치 미일이 뜻을 모아 한국을 궁지에 몬 것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에도 깊숙이 다가가고 있다.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일본 총리 보좌관은 6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인 마이클 플린과 회담을 갖고 미일 정상회담을 조기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이 8일 보도했다. 가와이 보좌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후 조기 방일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 요구대로 27일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일본의 입맛대로 소녀상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말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커비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은 이 합의로 양국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었고 다양한 협력도 가능했다”며 “미국은 이 합의가 한일 양국의 미래 지향적 관계를 강화하고 다른 역사적 이슈도 치유와 화해의 증진이라는 기조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 언론도 이 문제를 우려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끝나지 않은 위안부 문제’라는 사설을 통해 “지금 (한일) 양국과 미국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너지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 정부의 중재로 한일 합의가 이뤄진 것을 상기시키며 “다시 촉발된 양국의 긴장은 역사적 과오가 외교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냉정하게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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