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이렇게까지 참패할 줄은…” 재계가 보는 4·13 결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4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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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이렇게까지 참패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4·13 총선’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법안은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또 이번 총선으로 다시 힘을 받은 ‘경제민주화’가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다시 살아난 경제민주화 바람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14일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양당 체제에서 여소야대 3당 체제로 전환되면서 재계가 추진해온 경제활성화 법안 입법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경제단체들은 경제민주화 바람이 제대로 힘을 받을 경우 자칫 대기업 규제를 위한 정책들이 입안될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초과이익공유제 등 대기업의 협력업체 지원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날 논평을 통해 “선거과정에서 제시된 공약들은 합리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의정활동을 펼쳐 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근혜 정부 초기 강력한 바람을 일으킨 경제민주화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거치면서 한풀 꺾였다. 대기업 규제보다는 경기부양이 훨씬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재계에서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경기부양을 위한 기업지원 책이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 흐름이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그룹 등 일부 대기업의 3세 경영승계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정부 산업구조조정 의지 약화 우려도

여당의 총선 참패로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경우 당장 시급한 산업구조조정 정책 또한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새누리당이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양적완화’라는 해법도 실현 가능성을 높게 점치긴 힘든 상황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에 따른 구조조정을) 1차적으로 철강 업종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행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발 공급과잉과 저유가로 인한 조선·플랜트 발주시장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물량 대부분이 올해 인도되고 나면 일감(수주잔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위치한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 옛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김종훈, 윤종오 후보가 나란히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거대 야당과 현역 지역구 의원의 지지를 등에 업은 노동계가 산업 구조조정에 강력히 반발하게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 개별 기업들도 총선영향 분석


기업들은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 정부 등과 소통하는 대관(對官)조직에 변화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의원들과의 접촉빈도를 늘려왔지만 여소야대인 20대 국회 때는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10대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중에서도 수출보다는 내수에 주력하는 곳들의 경우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10대 그룹 관계자는 “국회 구성이 직접적으로 개별 기업에게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되고 미칠 수도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제민주화가 기업 인수합병 등의 이슈까지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여소야대 국회가 되더라도 국회선진화법 개정 요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국회 구성이 바뀌었다고 요구를 거둬들이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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