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0·26 선택’ 그 후]우면산 산사태에도 ‘표심’은 여당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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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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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이슈와 투표 분석

서울 민심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선택한 이번 10·26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시정에 대한 불만은 막상 표심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집중호우로 서초지역을 할퀴고 지나간 우면산 산사태 피해가 한나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정작 이번 선거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지역 현안의 불만이 투표론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 불만은 있지만 투표는 그대로?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서울시민의 선택을 분석해 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오 전 시장을 선택한 구는 모두 8곳이었다. 반면 이번 재·보선에서는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 등 4곳만 한나라당 후보를 더 지지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오 전 시장의 시정 운영에 실망한 표심이 박 시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막상 동 단위 득표율을 분석해 보면 시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우면산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서초구 방배3동, 서초1·3동, 양재1동 주민은 모두 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이 지역 주민들은 나 후보에게 2만6000여 표(득표율 58.2%)를, 박 시장에게는 1만8000여 표(41.4%)를 줬다.

한강 공공성 회복 사업으로 한강변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시의 전략정비구역 계획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던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들도 여전히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는 기존 투표 성향을 반복해 보여줬다. 나 후보가 이 두 지역에서 얻은 표는 2만여 표로 박 시장보다 2배 이상 많았고 득표율에서도 44.3%포인트 차가 날 정도였다. 애초 여당 성향이 강한 압구정동을 제외하더라도 여의도에서 나 후보가 65.9%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박 시장의 득표율은 33.7%에 머물렀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조성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용산구에서도 이 같은 투표 행태가 이어졌다. 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확인된 한나라당의 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강세는 이어졌다. 나 후보가 득표율 59.7%를 기록하며 박 시장을 19.7%포인트 차로 제친 것.

박 시장이 이들 지역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비판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그럴 뿐 무상급식이나 한강르네상스처럼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면 득표율이 크게 올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 지역 현안보다 사회적 소속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표 행태에 대해 시민들이 고전적인 ‘계급 정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현안보다는 지금껏 고수해온 사회적 계급을 지키는 일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경제적 양극화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지난해 빈곤층이 30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는 양극화로 심화되는 계급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며 “다른 요인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만 아직까지 계급 정치성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게 확인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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