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김정일 애도기간 종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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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추도식, 실제론 옹립식… 北 ‘김정은 영도’ 공식선언

북한은 2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추도대회를 끝으로 김정일 시대를 마감하고 ‘김정은 영도’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추도대회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새 영도자로 모시는 옹립식에 가까웠다. 전날 영결식에서 김정은과 함께 영구차를 호위했던 7인이 김정은 시대의 핵심 그룹이라는 사실도 거듭 확인됐다.

▶본보 28일자 A1면 오늘 김정일 영결식… 평양 ‘통곡의 100만 물결’ 비밀은


추도대회는 이날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 1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19일부터 시작된 애도기간의 마지막 행사였다. 10시 54분부터 조선중앙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주석단에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영정(태양상)이 걸린 바로 위 정중앙에 서서 추도대회를 지켜봤다. 표정은 침통했지만 울지 않았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생전에 대중 앞에서 육성을 알린 것은 1992년 인민군 창설 기념식장에서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고 외친 단 한 문장뿐이었다.

기상청이 북한의 기상수문국 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평양의 기온은 영하 10.4도였다. 낮 12시까지 기온은 3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행사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최소 2시간 이상동안 10만 군중은 꼼짝 못하고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했다.

TV 화면에는 흑인을 비롯해 외국인의 모습도 간간이 비쳤다. 일부는 지루한 듯 하품하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다. 조선중앙방송(라디오)은 “각국 외교대표들과 무관단, 국제기구 대표와 외국 손님이 추모대회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장례 일정을 발표하면서 ‘외국 조문객은 받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이 개회를 선언하자 인민-당-군-청년 대표 순서로 추모사가 이어졌다. 모든 추모사는 김 위원장의 업적으로 시작해 김정은에 대한 충성 다짐으로 끝맺었다. 광장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주체혁명사업을 끝까지 완성하라’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자’라는 입간판과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첫 추도사를 읽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우리 당과 군대, 인민의 최고 영도자”라며 “영도의 계승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것은 김정일 동지의 가장 고귀하신 업적”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제 ‘후계자’ 지위가 아닌 ‘영도자’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른 추모사도 큰 차이는 없었다. 김기남 당 비서는 “김정일 동지 영전에서 피눈물로 맹세한 대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겠다”고 맹세했다. 군을 대표한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도 “김정은 동지는 혁명무력의 최고 영도자이며 불세출의 선군 명장”이라며 ‘김정은 군 최고사령관’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또 김정각은 “우리는 우리 식의 전쟁방식과 핵억제력을 비롯한 무장장비를 갖추고 ‘한다면 하고, 친다면 치는’ 전력을 갖췄다”고 밝혀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추도사가 끝나고 ‘인터내셔널가’가 연주되면서 조포(弔砲)가 발사됐다. 전체 참가 주민은 3분간 묵념했다. 방송 화면에 비친 주석단 외벽 시계는 정각 낮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날 영결식에 이어 추도대회 방송도 생중계였음이 거듭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는 추도사가 하나 줄어든 것을 빼고는 순서와 내용이 17년 전 김일성 주석 때와 똑같았다. 후계 옹립을 위한 추도사 내용도 그때와 대동소이했다.

이날 주석단에는 김정은의 좌우로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최영림 내각총리 등의 순서로 도열했다. 20일 발표된 장의위원회 순서였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이 김정은의 세 번째에 선 반면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반대쪽 여섯 번째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주석단에서 목격됐지만 나머지 형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 영결식에서 김정은과 함께 운구차를 호위했던 ‘빅7’(장성택 김기남 최태복 이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은 김정은 시대의 핵심 인물임이 북한 매체를 통해 거듭 확인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자사 홈페이지에 신문 1면과 3면을 게재하면서 전날 촬영된 영구차 호위 장면을 찍은 사진을 석 장이나 실었다. 노동신문에 실린 이 사진에는 별도 사진설명이 없었다. 하지만 사진을 캡처하거나 프린트하면 ‘김정은 시대를 이끌 당·군 주요 인물’이라는 설명이 함께 나온다. 이들을 새 시대 주요 인물로 공식 확인한 셈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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