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피습’ 외신 반응…“첫 아들 이름도 한국어로 지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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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동맹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5일 미국 동부기준으로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간. CNN을 비롯한 미국 주요방송들은 일제히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마크 리퍼트 대사의 피습 소식을 전하면서 충격에 빠진 현지 모습을 전했다. 방송들은 일제히 피를 흘리며 걸어가는 대사의 모습이 담긴 한국TV영상ㅇ르 전하면서 “대사가 강북삼성병원 응급실로 갔다” “중상이기 때문에 더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등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CNN은 온라인 뉴스에 ‘(칼로) 베이다’ 보다 더 자극적이고 심한 상처를 의미하는 제목을 “SLASHED(난자당하다)”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미 언론이 보는 사건원인

CNN 월스트리트저널 AP AFP통신 등 대표적인 미 언론들은 김기종 씨가 현장에서 “침략 전쟁에 반대한다. 남북이 통일돼야 한다”고 외쳤다면서 이번 테러가 한미연합군사연습(키 리졸브)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에서는 반미 시위대가 키 리졸브에 반대하는 시위를 여는 등 논란이 있었다”면서 “북한도 이 훈련을 할 때마다 미사일을 쏘는 등 격렬한 분노를 표출한다”는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뉴욕타임즈도 “한국의 좌파 운동가들은 ‘키리졸브 훈련이 남북관계의 긴장을 가져오고 평화 논의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이번 테러의 배후에 혹시 북한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여과없이 보내기도 했다. CNN의 한 앵커는 톰 푸엔테스 전 FBI 부국장을 전화 인터뷰하면서 “북한의 스파이들이 남북한을 오가고 있지 않느냐, 이번 일도 북한과의 연관성은 없느냐”고 묻자 톰 부국장은 “북한과의 연관성은 회의적이다. 북한이 암살자를 고용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의 반미감정도 원인

미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인들의 뿌리 깊은 반미 감정에도 주목했다. CNN은 긴급속보에서 “한국 내에 미국이 무장군인을 보내 통일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의회에 해외안보와 관련한 지원을 막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사일 문제, 인권 문제 등으로 북한과의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이 한국의 평화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2만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시민들은 현재의 분단상황이 미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국 더 타임즈도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복잡하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북한의 남침을 막아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은 미국을 통일의 걸림돌로 여기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인으로 부산대(국제관계학) 교수로 있는 로버트 켈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은 9·11 사태가 미국인들에게 주었던 테러 공포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는 한국의 일반 시민이 미국 대사를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한국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보도하는 미국 언론들의 기사에는 수천 개의 시민 댓글이 달렸다. 허핑턴포스트에는 서울을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와 비교한 ‘BENGHAZEOUL(뱅가제울)’이라고 표현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2012년 9윌 이슬람 무장단체가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로켓포 등으로 공격해 크리스토프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을 빗댄 말이다.

●한국인들과 친하고 싶어 했는데…

미 언론들은 리퍼트 대사가 부임 후 한국인들과 가까이 하기위해 한국에서 낳은 첫아들 이름까지 한국어로 지을 정도로 소탈하고 정겨운 행보를 보였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런 친한(親韓) 인사가 테러를 당할 정도로 한국의 반미감정이 높은가”라고 되물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리퍼트 대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미국이란 존재는 여전히 논쟁거리”라고 표현했다. CNN 앵커는 “어떻게 서울같은 대도시에서 괴한이 대사의 얼굴에 공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행사장에 그 흔한 금속탐지기조차 없었다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던 친구 국가인 한국의 하찮은 결단(Poor Decision)”이라고 맹비난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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