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의 한국 상점 매대에 등장한 한국 쌀. 한국 쌀이 일본에서 판매되는 것은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쌀값 폭등’이 지속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이 최근 한국 쌀을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쌀값이 1년 새 두 배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한국 쌀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쌀이 일반 소비자 판매용으로 일본에 수출된 건 1990년 한국 쌀의 대(對)일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20일 농협인터내셔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한국 쌀 2t이 8일 통관 절차를 마치고 일본에 정식 수입됐다. 이어 10일부터 일본 내 ‘농협 온라인 쇼핑몰’과 도쿄 신오쿠보의 한국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번에 일본에 수입된 쌀은 전남 해남군 옥천농협에서 생산한 ‘땅끝 햇살’ 브랜드다. 지난해 생산된 것을 올해 3월 도정을 거쳐 들여왔다.
한국 쌀의 일본 수출은 이례적인 일이다. 1990년부터 한국 쌀의 대일 수출 통계를 집계해 온 aT의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2011년과 2012년 동일본 대지진 때 구호용으로 한국 쌀이 일본에 건너간 적은 있지만 판매용 수출은 여태까지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 쌀에 kg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일본 쌀 가격이 뛰면서 이런 관세를 부담해도 한국 쌀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日수입 첫 한국쌀 2t, 열흘만에 ‘품절’… 농협 “내달 10t 추가 수출”
日, 한국쌀 35년만에 첫 수입 해남 쌀 ‘땅끝 햇살’ 대일수출 물꼬… 10㎏ 9000엔, 일본쌀보다 10% 저렴 日, 흉작-지진 등 여파로 쌀 대란 당분간 지속 가능성… 수입 늘릴듯
18일 오후 일본 도쿄에 한인타운이 자리 잡고 있는 신오쿠보의 한 한국 슈퍼마켓을 찾았다. 입구 쪽 상품대에 전시된 일본산 쌀들 사이로 ‘땅끝 햇살’이라고 한글로 선명하게 적힌 쌀이 보였다. 전남 해남군에서 지난해 생산됐고 8일 일본에 정식 수입된 쌀이다.
한국 쌀이 일본에 소비자 판매용으로 수입된 건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장을 보던 40대 여성 고객은 “한국 쌀이 판매되는 것을 처음 봤다. 맛이 궁금하다”며 관심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름부터 쌀 공급 부족이 심해져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에 당국은 쌀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국내산보다 저렴한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과 대만산 쌀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수입쌀 시장의 규모가 부쩍 커졌고, 이 기류를 타고 한국 쌀 또한 대(對)일본 수출의 물꼬를 튼 것이다.
농협 日온라인몰에 ‘한국쌀 재고 없음’ 농협이 일본 고객을 상대로 개설한 온라인 쇼핑몰에 등장한 한국 쌀 ‘땅끝 햇살’. 인기가 많아 ‘재고 없음(在庫切れ·점선 안)’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농협 일본 쇼핑몰 캡처이번에 수입된 한국 쌀은 10일부터 농협금융지주가 일본 소비자를 상대로 개설한 일본어 쇼핑몰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10kg 기준으로 세금, 배송료를 포함해 9000엔(약 9만 원).
한국에서 쌀 10kg이 보통 4만 원 전후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할 때 다소 비싸다. 관세와 운송비 등이 더해져 오른 것이다. 다만 이 가격은 최근 일본 쌀값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총무성이 18일 발표한 일본 전국 쌀값의 평균은 5kg이 4214엔(약 4만2000원). 14주 연속 가격이 뛰었다. 최근 1년간 누적 상승률은 92.1%에 달한다. 이미 도쿄의 일부 상점은 kg당 1000엔(약 1만 원)이 넘는 상품도 많다. 이번에 들어온 한국 쌀은 이보다 약 10% 저렴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라 한국 쌀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시범 수입된 한국 쌀 2t은 판매 개시 열흘 만에 거의 소진됐고, 오프라인 매장에도 일부 수량만 남았다. 농협 온라인 쇼핑몰에도 ‘품절’ 문구가 떴다.
한국 쌀에 대한 초기 반응이 좋아 농협 측은 이달 중 추가 선적을 거쳐 다음 달 한국 쌀 10t을 일본에 보내기로 했다. 처음 선적분보다 5배로 늘었다.
일본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쌀에 대해 kg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를 관세율로 환산하면 400% 안팎이다. 그간 높은 관세 탓에 일본으로의 쌀 수출 계약을 추진하지 못했지만 일본 내 쌀값 급등이 관세 장벽마저 없애준 셈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농협의 일본 쌀 수출은 올해가 첫 사례”라며 “일본 쌀 가격이 급등하자 관세 부과 후에도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판단 아래 수출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 日 쌀 대란 장기화 가능성… 수입 늘 듯
일본의 쌀 부족 원인은 재작년 흉작, 잦은 지진 발생에 따른 각 가정의 쌀 사재기 수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쌀 소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거론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은 지난달 정부 비축미 21만 t을 풀었고, 이달 말 10만 t의 추가 방출 계획을 밝혔지만 쌀값은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내 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쌀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몇몇 대형 유통업자가 경매에서 비싼 값으로 쌀을 매점하고, 중소 유통업자의 접근을 막아 쌀값이 더 뛴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 소득의 감소를 우려해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쌀값 하락세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일본에선 수입 쌀에 대한 관심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소매업자들도 한국 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쌀 수입을 확대할 여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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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1 08:18:20
쌀이 남아돌아 가는데!! 무조건빨리 팔아라!! 창고에두면 다썩는다!! 달라할때 팔아라!!
2025-04-21 09:06:11
일본에 할이 왜 부족할까? 일본은 기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관광객이 너무들어와 쌀 부족 현상이 작년부터 드러나고 있었다. 일본은 쌀개방국가이다. 우리는 농민보호한다고 쿼터제 도입해, 우리는 강제로 쌀을 수입하니 쌀이 남아돌고....
2025-04-21 08:49:03
일본도 창고에 쌀이 남아도는데, 농민보호한다고 쌀값을 안 잡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