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 달리 외교예산 8.4% 증액… “국제 영향력 강화 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7일 03시 00분


올해 증가율 국방비 7.2%보다 높아
리창 “국제사회 공평과 정의 수호”
美는 국제기구 해체-인력축소 검토
트럼프 정부 겨냥 “끝까지 싸울 것”

중국이 올해 외교 예산을 국방, 공공안전(치안) 등 다른 분야보다 더 큰 비율로 늘렸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의 해외 원조를 담당하던 국제개발처(USAID)를 폐지하기로 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의 패권 유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이 중국이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미국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중국은 미중 첨단 기술 경쟁에 대비해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조 위안(약 200조 원) 규모의 ‘국가창업투자유도펀드’를 설립하겠다고 6일 밝혔다.

중국 당국이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 보고한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외교 예산은 지난해보다 8.4% 늘어난 645억600위안(약 12조8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증가율 6.6% 보다 1.8%포인트 늘었다. 공공안전(7.3%), 국방(7.2%), 교육(5.0%) 등 올해 다른 분야의 예산 증가율보다 높다.

리창(李强) 총리는 4일 전국인대 개회식에서도 “다극적·경제적 세계화를 옹호하며 국제 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겠다”며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중국의 해외 투자 및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더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 ‘소프트파워 외교’의 핵심 축으로 꼽혀 온 USAID의 사실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USAID는 냉전 시기인 1961년 미국이 옛 소련과 치열한 체제 경쟁을 벌일 때 설립한 정부기관이다. 다양한 원조를 앞세워 미국의 영향력을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주중 미국대사관 등 주요 해외 공관의 인력 축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에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도 선언했다. 집권 1기 때부터 언급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 역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외교 예산 증액 등을 두고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세계와의 유대 관계에 대한 중국의 깊은 의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남반구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뜻하는 ‘글로벌사우스’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중국의 우군을 더 늘리려는 의도라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 등 다양한 국제 외교 행사를 주최하기로 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연일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5일 주미 중국대사관은 전날 중국 외교부 브리핑을 인용해 “관세 전쟁이든 무역 전쟁이든 다른 어떤 전쟁이든 중국은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영국 BBC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후 중국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6일 “관세든 어떤 전쟁이든 해서는 안 되며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 답했다.

#중국#외교 예산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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