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태국서 북한 문제 등 논의…정상간 통화 추진 합의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28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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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설리번·中왕이, 방콕서 이틀간 12시간 회담
美, 북러협력 우려 강조…구체적 합의는 없는듯
中, '하나의 중국' 준수 압박…美, 평화 유지 강조

미국 안보수장과 중국 외교수장이 태국에서 만나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심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증가를 포함해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중국 측에 우려를 전달했으며, 향후에도 관련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양측은 미중간 고위급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 수개월 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26~27일 태국 방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진행했다.

미중간 외교안보 최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인데, 두 사람이 양자회담에 나선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최근 회담은 왕 부장이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사전 협의차 워싱턴DC를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회담은 이틀간 장장 12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미중간 소통문제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홍해 예멘 후티 반군, 대만, 남중국해, AI협력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논의가 펼쳐진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하고, 역내 도발 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 문제 역시 논의주제로 올라왔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회담 브리핑에서 “양측은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최근 무기 시험, 북한과 러시아 관계 강화와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해 이러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국 특사단간에 이러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 예를 들어 중국은 최근 외교부 부부장을 북한에 보냈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우리 특사와 중국 외교부 부부장간의 통화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변화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최근의 어떤 것도 건설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에 대해) 러시아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 역시 분명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중국이 이를 이용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는 열린 의사소통 경로를 유지하고 경쟁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면서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관계에 있지만 양국이 갈등이나 대결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사람이 “최근 군 간 통신 재개에 있어 진전이 있음을 인식하고 이러한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찰스 브라운 미국 합참(합동참모본부)의장은 지난달 21일 중국측 상대방과 화상 회담을 진행했고, 이달 초에는 양국 국방부간 정책조정대화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조만간 국방장관급 소통도 추진할 방침이다.

나아가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은 수개월 내 미중 정상간 전화회담을 추진하는 것에도 합의했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협의되지 않았으나, 올해 봄에는 가능할 것으로 미국은 보고있다.

미국은 또 중동 문제와 관련해 후티 반군의 활동 등을 지원하는 이란을 중국이 억제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대만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 부장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 성명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 대해 거만한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평등하게 대하고, 차이점을 강조하기보다는 공통점을 추구하며, 서로의 핵심 이익을 훼손하기보다는 진지하게 존중해야 한다”며 “상호 존중, 평화 공존, 상생 협력을 통해 중국과 미국이 협력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역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있다면서도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는 반대하고, 양안 이견이 평화적으로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양측은 인공지능(AI) 관련 미·중 대화 개최, 오는 30일 미·중 마약대책 실무그룹 출범 등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남을 가진 이후 후속 논의 차원에서 이뤄졌다. 양국 정상회담 이후 열린 가장 고위급 회담이다.

미중 관계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국면이 열렸으나, 최근 대만 선거 등을 계기로 재차 마찰음이 나왔다. 이에 고위급 회담을 지속하면서 갈등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루샹 연구원은 이번 회담에 대해 “주요 목적은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그 외 양국 관계에 대해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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