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다시 만난 바이든-시진핑, 산책-오찬 ‘4시간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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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시진핑 6년7개월만에 미국 방문
美-中 군사분야 소통 채널 복원 합의… 내부 위기 두 정상, 갈등 임시봉합
시진핑, 美재계 지도자들과 만찬… 美, 中법의학연구소 제재 첫 해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관계 안정화를 위한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7년 4월 이후 6년 7개월 만이고, 양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마주한 ‘발리 회담’ 이후 1년 만이다.

이날 회담은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장선상에서 열렸다. 하지만 두 정상은 행사장과 멀찌감치 떨어진 장소에서 4시간여 머물며 나란히 산책로를 걷고, 오찬까지 함께 했다. 다자회의에서의 약식 정상회담과는 다르게 사실상 별도의 양자회담 형식을 취한 것이다. 개인적 유대를 쌓는 모습까지 과시하며 양국이 ‘관계 안정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신호를 분명히 드러내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 4시간여 마주 앉은 바이든-시진핑
6년 7개월 만에 미국 땅을 밟은 시 주석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 소통 창구 복원을 정상회담 성공 조건으로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기 전 회담 성공 기준에 대해 “정상적 소통 경로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위기가 닥쳤을 때 전화를 걸어 대화하고 군 당국이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협상 테이블은 이미 마련됐다”며 “중국과 경쟁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필요하다면 협력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각각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년 7개월 만에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을 직접 맞이한 뒤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 대면회담이다. 샌프란시스코=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각각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년 7개월 만에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을 직접 맞이한 뒤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 대면회담이다. 샌프란시스코=AP 뉴시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지 않기로 했지만 군사 분야 소통 채널 복원과 함께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단속 협력을 위한 워킹그룹 출범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4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법의학연구소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법의학연구소는 2020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탄압에 연루된 혐의로 미 정부 제재 대상에 올랐고, 중국은 펜타닐 단속 협력 조건으로 줄곧 제재 해제를 요구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주요 기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양국은 회담에 앞서 기후변화 공동 대응을 위한 ‘서니랜드 성명’도 내놓으며 초(超)국가 이슈에 대한 협력을 본격화했다. 이는 미중 양국 기후변화 특사의 4∼7일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 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 성명에는 미중이 기후 공동 대응 워킹그룹을 출범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 내부 위기 닥친 두 정상, 갈등 ‘임시 봉합’

이날 대면회담을 두고 미중 정상이 각각 재선 캠페인과 중국 사회 불만 진화를 위해 갈등의 일시 봉합을 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관계 안정화의 이유로 중국 경기 침체와 미중 경제 윈윈(Win-Win)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국인들이 괜찮은 급여를 받는 직업을 가진다면 그들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정상회담 후 미 재계 지도자들과 만찬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미중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도록 방치하는 게 재선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재선에 집중하기 위해 양국 관계 안정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북-러 무기 거래, 대만해협·남중국해 분쟁 등 글로벌 현안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중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봉쇄와 이란 핵 보유 방지 등을 합의하던 시절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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