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골라서 입사해요”…부러운 日의 채용 호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3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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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에 식당 673개소를 운영하는 외식 대기업 로열 홀딩스는 내년 대졸 사원 5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29명밖에 뽑지 못했다. 기업들의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 지원자도 적은 데다 기껏 뽑아놔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졸 신입사원만으로 한계를 느낀 로열 홀딩스는 경력사원이나 외국인을 더 뽑을 계획이다.

일본에서 내년 기업에 입사할 취업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미룬 사원 채용에 적극 나서면서 대졸 예정자들은 기업을 골라서 가는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일본 주요 기업 938곳을 조사한 결과 내년 4월 입사가 내정된 대졸 예정자는 올해보다 7.4% 늘어난 12만2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2009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뽑지 못한 인재를 대거 뽑은 데다 운송, 관광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 특수를 맞은 분야에서 대거 채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팬데믹 회복세가 가장 빠른 호텔과 여행업 채용이 1년 전보다 220% 늘었고 항공(89%), 철도 및 버스업(35.5%) 등도 많이 뽑았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보기술(IT) 인재가 많이 필요한 은행업도 채용이 늘었다. 일본 3대 금융그룹 미즈호파이낸셜은 초봉 인상, 채용 분야 확대를 통해 전년보다 31% 늘어난 500명을 선발했다. 자동차, 반도체 같은 제조업 채용도 10%가량 늘었다.

일본은 시중에 돈을 대거 푸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시행한 이래 10년 넘게 채용 호황이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여러 기업에 합격한 뒤 가장 조건이 좋은 곳에 가는 ‘구직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 조사 대상 기업 28.5%는 ‘선발 인원 절반 이상이 다른 곳에 가려고 입사를 거절했다’고 응답했다. 이 신문은 “(해외에서 돌아오는) 유턴 기업 확대 등으로 일본 채용 시장은 당분간 활발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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