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바이든, 이스라엘 방문은 이례적…신변 위험 감수했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0일 10시 45분


코멘트

전시 국가 방문 않는 것이 관례…방문 땐 철저한 비밀
이번엔 방문 사실과 상세 일정 사전 공표되고 TV 중계
경호실서, 에어포스 원에서 공습경보 대처법 첫 브리핑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쟁이 벌어지는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은 대통령이 신변 위험을 무릅쓴 이례적 일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NYT 기자의 에어포스원 수행 취재기다.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한 기자들이 에어포스 원(전용기)에 탑승하자 로켓 공격이 있을 경우 대처법이 공지됐다.

에어포스 원이 이스라엘로 가는 내내 경호실 직원들이 수행 기자들을 상대로 죽지 않는 요령을 설명했다.

그들이 나눠준 주머니 크기 책자엔 작은 글씨가 가득했다. 이스라엘에 있는 동안 하마스 로켓 공습경보가 울릴 때의 행동요령 같은 것들이었다. 예컨대 에어포스 원에서 내려 활주로에 서 있는 동안 경보가 울리면 대통령이 출발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식이다.

차량 이동 중, 바이든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만나는 호텔에서의 대처법도 있었다. 경보가 울릴 때 깨알 같은 글씨로 쓴 내용들을 읽어볼 틈은 없을 것이었지만 말이다.

1996년부터 백악관을 출입해 온 나로서도 이번과 같은 브리핑은 처음 겪었다.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백주 대낮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전쟁터인 나라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각국 여객기 운항 취소된 벤 구리온 공항에 도착

에어포스 원이 착륙하는 벤 구리온 공항은 하마스 로켓 사거리 안에 들기 때문에 각국 항공사들이 여객기 운항을 취소한 상황이다. 며칠 전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공항에 경보가 울리면서 전용기에서 내려 대피한 일도 있다.

숄츠 총리 수행기자들은 경보가 그칠 때까지 활주로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수행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기자들은 서둘러 비행기에서 내려 밴을 타고 한 건물 계단실로 가야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미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오르기 직전에 가자지구 병원 폭격 사건으로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계획이 취소됐다.

미 대통령은 전쟁하는 나라를 방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방문 사례가 있지만 매번 철저한 경호 조치가 뒤따랐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2차 대전이 한창 벌어지던 북아프리카 카사블랑카로 날아간 것이 처음이다.

당시 프랭클린 대통령이 카사블랑카에 안착할 때까지 여행 사실이 비밀에 부쳐졌다. 수행기자들에겐 대통령이 뉴욕주 하이드 파크의 집으로 간다고 공지됐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비밀 방문했다. 방문 사실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고 몇 시간 동안만 현지 미군부대에 머물렀다. 부시 대통령은 비밀 차량이 신호등에 걸렸을 때 거지가 다가오면서 들통이 날 뻔했다. 당시 경호원이 기지를 발휘해 몇 달러를 쥐여줌으로써 대통령이 차에 타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올해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최초로 미군 부대가 없는 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한 사례다. 당시 방문은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졌다. 러시아 대공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 소수의 보좌관과 경호원, 수행 기자들과 함께 9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키이우로 갔다.

이번엔 전혀 달랐다. 백악관이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을 사전에 발표했다. 백악관은 수행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에 도착할 때까지 세부 일정을 보도하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이스라엘 총리실이 바이든이 방문하는 장소와 시간을 공지했다.

에어포스 원에서 진행된 보안 브리핑은 상상을 전에 없던 일이다. 부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수행해 전쟁 지역을 방문했던 기자들에게 이번과 같은 브리핑을 한 적이 없었다.

◆공습경보 시 대피 여유 시간은 1분

공습경보가 울리고 로켓이 떨어질 때까지 시간 여유가 1분밖에 없다고 했다. 활주로에 있는 동안 경보가 울리면 가까운 차량으로 최대한 빨리 뛰어가라고 했다. 차에 타고 있는 동안 경보가 울리면 차에 머물르라고 했다.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는 차에서 내려 피신하라는 이스라엘의 보안 수칙과는 정반대다.

바이든 대통령은 텔아비브의 호텔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는 동안 경보가 울리면 기자들은 대피실로 지정된 방으로 가야 했다. 경보가 멈춘 뒤 로켓이 요격됐거나 다른 곳에 떨어졌다는 통지를 받은 뒤에도 파편이 있을 수 있다며 몇 분 동안은 대피실에 머물러야 한다고 돼 있었다. 대통령과 떨어지게 되거나 에어포스 원이 우리를 태우지 않고 이륙할 경우에 대비한 전화번호가 브리핑 소책자에 적혀 있었다.

다행히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체류하는 동안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텔아비브의 해변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도로변을 지키고 있었지만 대통령이 이동할 때는 항상 있는 일이다. 반바지와 T셔츠 차림의 이스라엘 주민들이 휴대폰으로 대통령 행렬 사진을 찍었다.

대통령이 체류하는 동안 공습경보가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 경보가 울렸다고 들었고 우리가 텔아비브를 떠난 뒤 경보가 울렸다. 하마스가 바이든이 체류한 7시간 반 동안은 도발하지 않기로 한 듯했다.

◆바이든 체류 7시간 반 동안은 경보 안 울려…하마스 자제한 듯

귀국 비행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섰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바이든은 기자들에게 “사고뭉치들”이라고 말하곤 했다.)

청바지에 지퍼형 스웨터를 입은 바이든이 이번 여행은 도박이었다고 했다. 적어도 정치적인 면에서 그렇다고 했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사전에 성과가 가시화돼야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하는 것을 얻어 만족한 듯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