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전쟁법…“준수 의무 있지만 실효성 없어”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18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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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민간인 사살 합법이지만 ‘표적’ 삼는 건 불법
실전 적용 어려워…이스라엘 “말처럼 간단하지 않아”
강제력 없어…안보리 동의 없이 실질적 조치 못 취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전쟁법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전쟁을 계기로 민간인 학살 금지 등 전쟁에서 규율을 규정한 국제법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민간인 사살 합법이지만 ‘표적’은 불법…비례성 따라

전쟁법은 군사 작전에서 허용되는 일종의 외적 경계를 설정한다. 전쟁 관습은 수 세기에 걸쳐 발전해 왔지만, 1800년대 기계화 전투가 시작되면서 국제 조약으로 성문화되기 시작했다.

1949년 제네바 협약은 전시에서 민간인 보호와 포로 처우에 관한 규칙을 포함한다. 실질적 통치는 아니지만 서류상으로 가자 지구를 포함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와 이스라엘 모두 이 협약을 비준했다.

군사 작전 중 민간인을 사살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가자 지구는 인구 밀도가 높은 만큼 민간인 피해를 피하면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건 불법이다. 1977년 제정된 제네바협약 제1의정서는 “민간인에게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폭력 행위 또는 위협을 금지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무력 충돌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구별과 비례성 등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비례성은 군사 작전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적 이득 예상치에 비해 민간인 인명 손실이나 부상, 물적 피해 등이 과도할 경우 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제1의정서는 군대가 “민간인과 전투원, 민간 대상과 군사 목표를 구분해야 하며 이에 따라 군사 목표에 대해서만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가자 지구 병원 피격과 같이 민간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건 불법이지만, 병원이나 종교 시설도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전에서 적용 어려워…“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실전에서 원칙이 명문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 전장에서 순수한 민간 시설과 군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시설을 확실하게 구분하긴 어렵다. 민간인 사상자와 군사적 이득을 비례해 계산하는 건 더욱 어렵다.

특히 하마스의 경우 전투기와 군사 시설을 민간인 사이에 숨겨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전술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도 가자 지구에서 민간인 피해를 막으면서 하마스 근절 작전을 수행하는 게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 공군 판사 출신인 마이클 슈미트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 전쟁법 교수는 “하마스가 민간인을 적극 방패막이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법적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인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전이 복잡해진다”고 분석했다.

군법무관이 작전 결정 관련 지휘관에게 법적 자문을 제공하며, 가자 지구 민간인들에게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수차례 경고하는 조치도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쟁법 위반해도 책임 묻기 어려워…실효성 의문

다만 이스라엘이나 하마스가 전쟁법을 위반하더라도 실질적인 책임을 묻는 건 어렵다.

각국은 자국 군대와 생포한 적군 포로에 대해 전쟁법을 집행할 책임이 있다. 2002년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회원국의 사법 체제가 중대 범죄 혐의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거나 묻지 않으려는 경우 개입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ICC에 가입하지 않았다. PA는 ICC 회원국으로, 2021년 당시 PA 검찰은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의 잠재적 전쟁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전쟁 범죄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강제력은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동의 없이 실질적 조치도 취할 수 없다.

1990년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 법률 고문을 맡았던 아모스 기오라 유타대 법학 교수는 WSJ에 전장에서 법적 원칙을 적용하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며, 이번 분쟁을 대테러 작전과 전쟁 중 어떤 것으로 분류할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기오라 교수는 “표적 살인을 포함한 대테러 작전은 특정 개인과 조직을 겨냥하고,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면서, 전쟁은 그보다 제약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에서 탱크 지휘관이 주택을 무너뜨렸다는 이유로 군법회의에 회부된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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