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산골처녀인 줄 알았는데…연기해 ‘저질 농산물’ 판 中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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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2일 0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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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난한 산골 소녀 가장 행세를 한 량산멍양(왼쪽)과 그의 실제 모습. 더우인 캡처
중국에서 가난한 산골 소녀 가장 행세를 한 량산멍양(왼쪽)과 그의 실제 모습. 더우인 캡처
중국에서 ‘빈곤 산골 처녀’ 행세를 하며 저질 농산물 등을 판매해 폭리를 취한 온라인 인플루언서 등 일당이 공안에 검거됐다.

21일 봉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쓰촨성 량산자치주 공안국은 200만~3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량산멍양, 자오링얼, 량산취부 등 왕훙(網紅·중국의 온라인 인플루언서) 11명과 이들이 소속된 1인 미디어 업체 관계자 등 총 54명을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짜 영상을 제작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뒤 어려운 농촌을 돕자고 감성에 호소하며 농산물을 비싸게 판매해 1000만 위안(약 18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량산멍양은 량산의 산골 마을에서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들을 돌보는 소녀 가장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영상에서 낡은 옷을 입은 채 힘겹게 농사일을 하면서도 밝고 낙천적인 모습을 공개해 인기몰이를 했다. 이후 량산멍양은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며 농산물을 판매했다.

자오링얼은 량산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착하고 순박한 농촌 청년 량산취부를 만났다며 둘이 함께 농사짓는 영상을 올려 주목받았다. 이들은 팔로워 200만 명을 넘기자 온라인으로 농산물을 판매해 7개월 만에 70만 위안(약 1억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량산멍양이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누리꾼들은 거짓 방송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공안 당국이 수사에 나선 결과, 이들은 1인 미디어 업체에 소속돼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연기한 연예인으로 밝혀졌다.

해당 업체는 각지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농산물을 현지 특산물로 속여 비싸게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안 당국은 이들이 운영하던 회사 14곳을 폐쇄하고 팔다 남은 20t의 가짜 꿀 등을 압수했으며 500만 위안(약 9억 원)의 자금을 동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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