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니제르 군부, 러 바그너그룹에 SOS… 美는 “원조 일부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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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국 ‘쿠데타 중재’도 무위 그쳐
서방 vs 러 대결로 번질 가능성

지난달 26일 쿠데타가 발발한 서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를 두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니제르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한 반면, 위기감을 느끼고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르 군부는 러시아 용병 그룹 바그너에 지원을 요청했다. 니제르, 나이지리아, 가나 등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제시했던 ‘사태 개입’ 통첩 시한(6일)이 지나면서 니제르의 쿠데타가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니제르 군부는 서쪽으로 국경을 접한 말리에서 바그너그룹과 만나 지원을 요청했으며 바그너그룹이 이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말리는 바그너그룹의 아프리카 지역 거점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니제르에 이슬람 무장세력을 상대로 한 대(對)테러 작전을 위해 군대를 파병하는 등 요충지로 활용해 왔다. 니제르는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의 세계 7대 생산국으로 중요 자원이 매장된 곳이어서 서방 국가들로선 영향권에 둬야 하는 국가다. 현재 프랑스군 1500명, 미군 1100명 등이 니제르에 파병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니제르의 군부 쿠데타가 서아프리카 지역 내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제르 군부는 3일 프랑스와 맺은 5개의 군사협정을 모두 끊겠다고 선언하는 등 서방에 날을 세우고 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4일 “니제르에 대한 대외원조 프로그램을 일부 중단한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니제르 정권을 즉각 복구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COWAS가 니제르 군부와의 면담 불발 후 군사 개입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니제르 군부는 바그너그룹에 지원을 요청했다. ECOWAS는 2013년 말리, 2017년 감비아 등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당시 병력을 투입한 바 있으나 현재로서는 병력 파견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 개입을 위해선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른바 ‘쿠데타 벨트’ 국가로 꼽히는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이 “ECOWAS가 니제르에 군사 개입을 할 경우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쿠데타 니제르 군부#러 바그너그룹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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