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중근 전시실 이어 ‘윤동주 생가’도 폐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4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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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정(龍井) 명동(明東)촌에 위치하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 앞의 표석에는 ‘중국조선족애국시인’이라고 윤동주를 칭하고 있다. 2023.8.4/뉴스1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정(龍井) 명동(明東)촌에 위치하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 앞의 표석에는 ‘중국조선족애국시인’이라고 윤동주를 칭하고 있다. 2023.8.4/뉴스1
중국이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시인 생가도 폐쇄한 사실이 확인됐다.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旅順) 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전시실’ 폐쇄에 이은 것이다. 이로써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유적지 두 곳이 동시에 문을 닫은 상황이 됐다.

4일 윤동주 시인 생가 관리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옌볜조선족자치주 정부의 요구로 7월부터 폐쇄 중”이라며 “재개방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윤동주 생가 입구에 ‘내부 수리 중으로 관람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사진도 올라와 있다. 이 사진은 7월 하순께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 시인은 이곳에서 1917년 12월 태어났고 15세까지 살았다. 그의 생가는 1981년 허물어졌으나 1994년 옌볜대학 조선연구센터 주관으로 복원됐고 이후 정비 작업이 계속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에게는 인근 백두산과 함께 필수 관광코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생가 입구에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으로 알리는 대형 표지석을 세우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4일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과 한국 교민 등에 따르면 폐쇄 시점은 지난달 초쯤으로 보인다. 최희덕 선양총영사가 6월 28일 옌볜조선족자치주를 찾아 후자푸(胡家福) 당서기 등을 만났고 이튿날 윤동주 생가도 방문했는데 이 직후로 추정된다. 베이징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교민은 “폐쇄 소식을 듣고 지난달 17일부터 백두산 관광 프로그램에서 윤동주 생가 관람 코스를 뺐다”면서 “7, 8월이 백두산 관광 성수기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내부 수리라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폐쇄 이유나 재개방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윤동주 생가 관리자는 폐쇄를 요구한 주체가 옌볜조선족자치주 정부라고 밝혔다. 앞서 1일 뤼순(旅順) 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전시실’이 최소 2개월 이상 폐쇄된 사실이 동아일보 보도로 뒤늦게 알려진 다음에도 중국 당국은 “내부 수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리는 핑계일 뿐 한중 관계 악화에 따라 중국 지방정부들이 중앙의 눈치를 보고 과하게 움직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윤동주 생가 폐쇄는 7, 8월에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2012년 윤동주 생가 입구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는 대형 표지석을 세웠다. 한국 관광객이 늘어나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얘기다. 현재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도 윤동주 국적을 ‘중국’으로, 민족을 ‘조선족’으로 표기하고 있다.

‘안중근 전시실’에 이어 ‘윤동주 생가’ 폐쇄까지 확인되면서 중국 당국의 과도한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반중(反中) 움직임이 원인이라는 여론을 조성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중국의 고도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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