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부동산發 리스크…증권사·10억 이상 초고액자산가 ‘무더기 손실’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17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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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본사 전경(미래에셋증권 제공)
미래에셋 본사 전경(미래에셋증권 제공)
국내 금융사들이 4년 전 저금리 시기에 홍콩의 한 랜드마크 오피스빌딩 측에 빌려준 2800억원 중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에 투자한 초고액자산가(VVIP)나 증권사 등이 대거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 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은 18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빌딩)에 대출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90% 안팎을 상각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9년 6월 메자닌(중순위) 대출로 해당 건물에 2억4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투자했다. 미래에셋 측은 직접 투자금 300억원을 제외한 2500억원을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 펀드로 셀다운(재매각)했다. 펀드운용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맡았다.

해당 상품은 만기 10개월 수준에 연 5%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 보증을 선 건물주인 홍콩 상장기업 골딘파이낸셜홀딩스와 최대주주이자 억만장자인 판수통 회장이 믿을 만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이 몰렸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400억원, 유진투자증권 200억원 등 금융기관에서 1100여억원의 자금이, 최소 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VVIP) 등으로부터 1600여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판수통 회장이 중국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발생한 부실 등으로 인해 파산하고, 골딘파이낸셜홀딩스도 위기에 빠진 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빌딩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는 빌딩 매각에 나서면서 원금을 회수했지만, 나머지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투자액을 회수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래에셋 측은 해당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소송에 나선 상태다. 아직 손실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 및 자산건전성 악화도 불가피해졌다.

앞서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금리 인상 등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인 8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2조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조6769억원에서 3436억원(20.5%)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시기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번 홍콩 부동산발 위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리스크 확대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손실로 가까운 시기의 증권사 실적에 대규모 충당금 반영이 불가피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우선 과제로 본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세부내용이 구체화되는 대로 신속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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