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정부의 SNS 통제 안 돼”… 대선앞 ‘표현의 자유’ 논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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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임명 판사, 바이든 정부 겨냥
콘테츠 삭제 목적 SNS기업 접촉 금지
공화 “표현의 자유, 수정헌법1조 승리”
美정부 “허위뉴스 대처할 권한 있어”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미국 내 논란이 거세다. 미국의 한 주(州) 연방법원은 연방정부가 허위사실 삭제 요청 등의 목적으로 소셜미디어 기업과 접촉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특별 예비 명령을 내놨다. 야당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소셜미디어를 통제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 달라고 소송을 걸자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받아들인 것이다.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 미 수정헌법 1조인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美법원 “정부, SNS기업 접촉 금지”
루이지애나 서부 연방법원은 4일 바이든 행정부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온라인 콘텐츠를 단속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보건 당국이 잘못된 정보나 문제 콘텐츠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될 때 해당 기업과 접촉해 게시글 삭제 등 조치를 해왔는데 이를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테리 도티 루이지애나 연방법원 판사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축소할 의도로 소셜미디어 기업과 소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바이든 행정부는 마치 조지 오웰 소설(‘동물농장’)에 나오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와 같은 역할을 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도티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임명했다.

앞서 미주리주와 루이지애나주 법무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이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콘텐츠를 검열하도록 강요해 수정헌법 1조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두 주는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원고들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게시물이나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스캔들’ 등 민감한 주제와 관련한 불리한 게시물이 올라오면 소셜미디어 기업에 압력을 가해 삭제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 ‘여론 선동’ 논란에 선 소셜미디어

이번 판결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두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나온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범죄나 국가안보에 직결된 위험 요소가 아니라면 연방정부가 소셜미디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미주리주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 소속 에릭 슈밋 상원의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독립기념일에 수정헌법 1조가 승리했다”며 환영했다.

반면 미 연방 법무부는 아동 성착취나 거짓정보 선동 등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정부가 대처할 권한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7세 소년이 교통 단속 중 경찰 총격으로 숨진 뒤 벌어진 폭력 시위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가 폭력 행위를 장려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정부 차원에서 시위와 관련한 무분별한 게시글 삭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셜미디어가 표현의 자유 논란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배경은 그만큼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당시 대선 후보이던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 공작을 펼쳤다는 폭로가 나온 데 이어 백신 괴담 등으로 홍역을 겪은 바이든 행정부는 수시로 소셜미디어 기업과 회의를 갖고 허위정보에 대응해 왔다.

공화당은 집권 민주당이 행정력을 활용해 소셜미디어 여론을 통제 또는 활용하도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기류라 앞으로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논쟁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법적 논란도 결국 연방대법원으로 공이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美법원#sns 통제#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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