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지뢰‧불발탄 문제와 한국의 대응방안[기고/권구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9일 15시 33분


코멘트
권구순 서울사이버대 국제협력-북한전공 교수
권구순 서울사이버대 국제협력-북한전공 교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무력충돌이 시작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출구가 요원하다. 국내외 언론을 통해 시시각각 전황이나 정세분석이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도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동남부뿐만 아니라 초기 러시아군이 점유했다가 퇴각한 지역에 전술상 매설된 지뢰와 전쟁잔여폭발물, 불발탄(UXO) 등으로 인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우크라이나의 지뢰‧불발탄 문제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략적 요충지인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해 독일과 구소련 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고, 종전 후에도 지뢰‧불발탄을 제거하는데 수십 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2014년 2월 발생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과정에서 동일한 문제가 재발되었고 작년 2월, 총력전 양상으로 전쟁이 전개되면서 지뢰‧불발탄지대가 18만7000㎢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 중 12%인 2만1544㎢정도가 탐지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네바 국제 인도적 지뢰제거센터(GICHD)’는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 급조폭발물(IED), 유기폭발물 등 약 100종 이상이 확인되었고 최근까지 30만5000여발이 제거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지뢰‧불발탄은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유엔에 의하면 전쟁 이후 60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지만, 실제로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며 여성과 아동 피해자가 22%에 이른다고 한다. 직접적인 민간인 피해와 더불어 도심지와 농지, 해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형성된 지뢰‧불발탄 지대는 식량생산과 교통운송, 긴급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접근로 확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재건예산 중 지뢰‧불발탄 제거에 약 376억 달러가 배정되었다.

이미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고위관료들은 지속적으로 한국에 지뢰‧불발탄 제거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지뢰제거분야에 있어 법적‧제도적 요건이 구비되지 않아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기술적 역량도 한국적 맥락에 천착되어 있다. 특히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법안을 포함하여 총 4건의 지뢰제거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원회의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현장에서 지뢰대응활동을 수행하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지원과 함께 국내에서 개발되어 현장에서 활용함으로써 성능이 검증된 제품 또는 국방기술품질원의 DQ마크인증제품 지뢰제거장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지뢰‧불발탄 분야 전문가들을 이들 기구에 연락관 혹은 자문관으로 파견하여 현지의 정확한 수요파악 및 단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중기적으로는 21대 국회에서 심의 중인 지뢰제거관련 법안을 연내에 신속하게 통과시켜 3년 내 민군통합 지뢰제거분야 거버넌스와 이행체계를 확립하여 국제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선결요건인 지뢰‧불발탄 문제해결에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뢰제거분야의 역량강화에 주요하게 기여해야 할 것이다.


권구순 서울사이버대 국제협력-북한전공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