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러, 전례없는 균열”… 푸틴, 통치력 치명타에 실각 거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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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좌 흔들리는 푸틴]
러 엘리트층, 안정 흔들릴까 불안
측근들, 대선 불출마 권유 가능성
서방 진영선 ‘포스트 푸틴’ 대비

철거되는 용병 모집 간판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24일(현지 시간) 바그너그룹 본사가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고속도로 광고판에서 용병 모집 포스터가 철거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철거되는 용병 모집 간판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24일(현지 시간) 바그너그룹 본사가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고속도로 광고판에서 용병 모집 포스터가 철거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 시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에 대해 “러시아에 전례 없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23년간 장기 집권해온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실각설까지 거론되면서 이번 반란이 러시아를 비롯해 국제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할 ‘티핑 포인트’(변곡점)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란은 36시간 만에 마무리됐지만 러시아에선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러시아의 엘리트 계층은 그동안 푸틴이 보장해 주던 경제적 부와 정치적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며 불안에 휩싸였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반란을 되레 권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대파를 숙청하며 내부 기강을 세우고, 우크라아나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측근들, 푸틴 대선 불출마 요구할 수도”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 CNN 등 4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 공개적으로 표면화됐다”며 “분명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목할 대목은 러시아 내부의 누군가가 푸틴의 권한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무장반란 사태가) 어디로 갈지 추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아직 (이번 사태의) 마지막 장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에서 거론되던 ‘포스트 푸틴’ 체제에 대한 대응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푸틴 정권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선 푸틴 대통령의 통치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 신문의 콘스탄틴 렘추코프 편집자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푸틴 대통령이 무장 반란으로 러시아 엘리트들의 부와 안보를 보증할 수 있는 지위를 결정적으로 잃었다”고 지적했다. 서방의 제재에도 크렘린궁이 보장한 사업 기회와 특혜를 누려왔던 엘리트층이 더 이상 푸틴 대통령의 권위와 통솔력을 신뢰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전쟁에 대한 불만 등에도 푸틴 대통령을 떠받쳤던 힘은 그만이 러시아를 통합, 유지할 수 있다는 ‘정치적 안정성’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직 크렘린궁 고문이던 세르게이 마르코프 씨는 NYT에 “러시아 국민이 푸틴 대통령을 사랑한 이유가 국가의 견고함과 정치적 안정이었다”며 “이제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렘추코프 편집자는 “푸틴 대통령 측근들이 내년 봄 대선에서 그에게 불출마를 권할 수 있다”고 봤다.

● “푸틴, 장악력 되찾으려 더 잔인해질 것”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원인으로 지목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사태 이후 처음으로 26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군부대를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나 프리고진은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익명의 사법당국 소식통을 인용한 현지 매체 보도도 나왔다.

이번 반란이 푸틴 대통령의 실각을 가져올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반란을 되레 권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맥위니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는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를 통해 “푸틴은 정치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면 전환을 위해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화하거나 군 수뇌부를 대거 문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의회 의원인 라데크 시코르스키 전 폴란드 외교장관도 BBC에 “푸틴은 이번 사태에 동요하는 인사들을 숙청할 것”이라며 ”정권이 더 권위적이고 잔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링컨#전례없는 균열#푸틴#통치력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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