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방검찰에 기소됐지만…“미친 사람들 짓” 대선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1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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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불법 반출 혐의로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연방검찰에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치광이들의 근거 없는 기소”라며 “이것은 최후의 전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사생결단을 예고하며 2024년 대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야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구도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공화당 일각에선 3월 ‘성추문 입막음’ 사건 기소 때와는 “심각성의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 트럼프, “최후의 싸움” 선전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콜럼버스와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 참석해 “나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의 상공을 지날 때마다 소환장을 받는다”라며 “난 절대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 이틀 만에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무기 공장이 있던 콜럼버스를 찾아 지지자 선동에 나선 것이다.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를 향해 “미치광이”,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에 대해선 “마르크스주의자”, “당장 제거해야 할 병든 이들의 소굴” 등 원색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우리는 지난 7년간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을 합친 것보다 더 위험하고 사악한 세력에 맞서 싸워왔다”고 주장했다. 또 “공산주의자들이 승리해 미국을 파괴하거나 우리가 공산주의자들을 파괴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이것은 최후의 전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9일 공개된 49페이지 분량의 기소장에 따르면 연방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7건의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에는 극비문서(Top Secret) 등 320여 건의 문건의 무단 반출이 포함됐다. 국방기밀 반출은 유출된 문건마다 최대 징역 10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 헌법에는 기소되거나 복역 중인 범죄자의 대선 출마나 대통령 취임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사법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그의 출마 강행을 막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검찰의 기소 직후 기부금 모금에 나서는 등 지지층 결집으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 우세 굳히기에 나섰다. 그가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두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지층들의 폭력시위 위협도 이어졌다.

● 공화당 일각 “기밀 반출은 심각”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연방검찰과 법무부 등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태세다. 부통령 재임 시절 문건 유출이 확인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의회 청문회 등으로 법무부와 FBI의 정치적 편향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10건의 문서를 반출한 데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비문서를 포함한 320여 건의 문서를 반출한 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퇴임 과정에서 다른 물품들에 문건이 섞인 것이라며 곧바로 반납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를 발견했을 때 이를 국립문서보관소에 즉시 넘기지 않았고, 자택에 있던 문서는 모두 기밀이 해제된 것이라고 허위 주장도 했다.

이에 공화당 내에서도 성추문 입막음 기소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지난달 3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충 중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해 ‘심각한 범죄’라고 응답한 비율은 27%에 불과했지만 기밀문서 반출에 대해선 44%가 ‘심각한 범죄’라고 봤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이번 기소를 비판하면서도 유력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사법기관을 국민 공격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국민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미국의 핵심정신과 기본원칙을 지키려는 결의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는 트럼프 전 주지사의 대선주자 사퇴를 촉구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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