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성 온듯 무섭다” 오렌지색 뉴욕…아이들 울고 마스크 동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8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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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캐나다 산불 여파로 미 뉴욕이 오렌지 연기로 뒤덮이며 세계 최악의 대기질을 기록했다. 사진은 뉴욕시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 앞. 뉴욕=AP뉴시스
7일(현지시간) 오후 2시 뉴욕시의 한 초등학교는 하늘을 뒤덮은 오렌지 연기에 아수라장이 됐다. 건강을 염려해 일찍 조퇴시키려는 부모들,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아이들, 하늘 색깔이 무섭다며 우는 저학년 어린이들로 교사들도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메가폰을 들고 “야외 활동과 애프터스쿨 활동 모두 취소됐으니 차례로 집에 갈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며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결국 뉴욕 교육청은 모든 야외 활동을 전면 취소했다.

이날 캐나다 산불 여파가 미국 18개 주를 덮친 가운데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뉴욕주는 최악의 대기오염 지수를 기록하며 하늘이 온통 오렌지 색으로 변했다. 록펠러센터 등 뉴욕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던 사람들은 오후가 깊어질 수록 오렌지 연기가 더욱 짙어지자 어지러움이나 눈이나 코가 따끔하다며 서둘러 귀가하기 시작했다. 관광객 클로이 씨(32)는 “센트럴파크를 구경가려다 그냥 호텔로 들어가려 한다”며 “화성처럼 무서운 광경은 난생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시 브라이언트 파크 앞. 캐나다산불 여파로 뉴욕시 전역이 오렌지 연기로 뒤덮인 가운데 마스크를 쓴 시민과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실제로 공기청정기 업체이자 대기질을 추적하는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현재 뉴욕시의 공기질지수(AQI)는 266으로 세계 최악을 기록했다. 오후 한때 340을 넘어 ‘위험(Harzadous)’ 수준까지 갔었다. 뉴욕의 뒤를 이어 파키스탄 라호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인도 델리가 뒤를 잇고 있다. 같은시간 서울은 공기질지수가 33, 오염도 순위 76위로 양호했다.

시야가 잘 안보일 정도로 짙은 오렌지 대기에 미 항공당국은 뉴욕시 라구아디아 공항을 일시 지상 정지 조치를 내렸다. 오후 늦게 해제됐지만 짙은 연기로 항공이 지연되고 결항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이날 오후 양키스 스태디움에서 예정된 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등 스포츠 경기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구글 등 주요 기업들은 임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전역이 캐나다 산불 여파로 오렌지 연기에 뒤덮여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마스크를 쓰거나 실내에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너도나도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몰리면서 N95 마스크는 금새 동이 났다. 기자가 찾았던 CVS 매장에는 어린이용 얇은 마스크나 천 마스크만 남았을 뿐, 방역용 마스크는 모두 팔린 뒤였다. 이에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내일 주내 주요 시설에 마스크 N95이상 100만개를 배치하겠다”며 “뉴욕시 지하철에는 총 40만 개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뉴저지주와 맨해튼을 잇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 앞. 뉴욕=AP뉴시스
뉴욕 뿐 아니라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 동부 도시를 비롯해 미국 18개 주 7500만 명이 캐나다 산불 영향권에 들었다. 바람이 남동쪽으로 불어 8일부터는 버지니아주나 매릴랜드 주까지 뉴욕과 같은 오렌지 포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보도했다.

문제는 캐나다 산불이 지속중이라 언제 광범위한 미 연기 사태가 잦아들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414곳에서 일어난 산불 중 240여 개가 ‘통제불능’ 상태다. 현재 380만 에이커가 불탔고, 2만 명 이상이 대피 중이다. CBS 방송은 이번주 내내 미국 산불 연기 사태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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