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바쁘게 도는 젤렌스키와 고립된 푸틴의 대조

  • 뉴시스
  • 입력 2023년 5월 20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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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탈리아 방문부터 시작해 최근 일주일 동안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여러나라를 순방하고 아랍연맹(GCC)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봄철 대반격을 위한 서방의 지원을 모색하는 활발한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이에 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 도시 퍄티고르스크에서 지방 당국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참석자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 사회에서 전에 없이 고립된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러시아의 우방이던 많은 나라들의 방문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브뤼셀의 러시아유럽아시아연구소장 테레사 펠런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푸틴이 도박을 했으나 정말 크게 실패했다. 국제사회에서 정말로 고립됐다”고 말했다.

불과 10년 전 푸틴은 주요 7개국(G7) 북아일랜드 정상회의에 초청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 함께 회동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으나 2014년 크름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 축출됐다.

푸틴이 받던 스포트라이트가 현재 우크라이나로 옮긴 것으로 나타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참석은 상징성과 국제 정세에 의미가 크다.

국제전략연구소(IISS) 러시아 및 유럽 담당 선임연구원 나이젤 굴드-데이비스는 “이번 일은 G7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강력히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전세계에서 최고 산업화된 선진국들이 지원을 지속할 것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예정인 브릭스(BRICS) 정상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이 회원국이다. 러시아는 BRICS가 서방의 세계 지배에 맞서는 것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ICC 조약국가인 남아공이 전범 체포 영장을 실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푸틴이 참석하는 것이 당혹스러운 문제가 되고 있다.

남아공은 푸틴이 정상회의에 참석할 지를 확정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채 방문에 대비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폴 먀사타일 부통령에 ICC 조약에 위배되지 않고 푸틴의 방문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는 정부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굴드-데이비스 선임연구원은 푸틴이 남아공을 방문하더라도 체포될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그의 참석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시할 수 없는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인접 국가들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다. 푸틴은 지난주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및 중앙아시아 각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전승절 기념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이번주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지도자들이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의를 가지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 부각됐다.

이달 들어 조지아 국민들의 러시아 방문 비자 면제 조치와 1년 전에 중단된 직항 재개 등도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했다. 러시아 첫 비행기 착륙에 시위대들이 항의했고 친서방 성향의 조지아 대통령이 직항 재개를 도발적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다.

스코틀랜드 전략 교수 필립스 오브라이언은 각국 정상들의 초청을 받았다는 점은 이들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긴다”고 생각하는 징후라고 말했다. “전쟁에서 패배하고 나라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의 지도자를 초청하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ICC의 체포영장 때문에 각국 지도자들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을 만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굴드-데이비스 연구원은 “전쟁 범죄로 기소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젤렌스키에게 각종 미사일과 탱크, 드론에 더해 우크라이나가 오래도록 요청해온 전투기 지원 의사까지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랍 연맹 정상 회의에 참석한 것은 그의 지지 요청이 러시아와 관계가 깊은 나라들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탈린=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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