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정당’ 태국 전진당, 1당 돌풍… “왕실-군부 기성권력 심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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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포함 소속의원 평균 나이 44세
창당 3년만에 하원 500석중 152석
탁신 딸 이끄는 제2당과 연정 구상
군부독재 종식 이끌지는 미지수

선거 승리 뒤 웃는 태국 전진당 대표 14일(현지 시간) 태국 총선에서 일약 제1당에 오른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수도 방콕의 당사에서 지지자의 열띤 축하를 받고 있다. 전진당은 군주제 개혁, 징병제 폐지 등을 주창하며 군부와 왕실에 
모두 실망한 젊은 유권자의 강한 지지를 얻었다. 방콕=AP 뉴시스
선거 승리 뒤 웃는 태국 전진당 대표 14일(현지 시간) 태국 총선에서 일약 제1당에 오른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수도 방콕의 당사에서 지지자의 열띤 축하를 받고 있다. 전진당은 군주제 개혁, 징병제 폐지 등을 주창하며 군부와 왕실에 모두 실망한 젊은 유권자의 강한 지지를 얻었다. 방콕=AP 뉴시스
14일(현지 시간)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형량 완화,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 등 2030 유권자가 선호하는 진보 정책을 내세운 ‘전진당’이 일약 제1당에 올랐다. 입헌군주제이며 사실상 군부가 통치 중인 태국에서 “(기성 권력을 상징하는) 왕실과 군부가 모두 싫다”는 정당이 2020년 창당 후 불과 3년 만에 제1당이 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정치적 지진”이라고 평했다.

파란을 일으킨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43)는 15일 트위터에 “총리가 될 준비를 마쳤다”며 5개 정당과 연합해 총리직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가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를 밀어내고 새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리가 되려면 하원 500석, 군부가 임명한 상원 250석의 합산 과반(376석)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전진당을 포함해 6개 정당의 합산 의석은 309석에 불과해 군부가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후 60일 이내에 공식 결과를 발표한다. 이를 감안할 때 총리 선출은 7, 8월경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군부-왕실-탁신 다 싫다”


15일 타이PBS 등에 따르면 이날 개표율 98% 기준 전진당은 하원 500석 중 152석을 차지했다. 전진당은 2018년 설립됐고 2019년 총선에서 제3당에 오른 ‘미래전진당’의 후신이다. 군부의 미움을 사 2020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판결을 받자 당명을 바꿔 이번 총선에 나섰다. 피타 대표를 포함한 소속 의원의 평균 나이는 불과 44세다. 전체 유권자 5200만 명 중 약 42%가 42세 이하인 태국에서는 젊은층 표심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 방콕의 지역구 의석 33개 중 32개를 싹쓸이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고향인 북부 치앙마이에서도 10곳 중 7곳을 차지했다.

2001∼2006년 집권한 탁신 전 총리의 딸 패통탄(37)이 이끌고 있으며 2001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제1당 자리를 고수했던 프아타이당은 141석에 그쳐 2위로 밀렸다. 통신 재벌인 탁신 전 총리는 집권 내내 무상 의료 및 교육 정책을 폈다. 빈민층은 열광했지만 반대파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패통탄 또한 이번 선거에서 “모든 성인에게 1만 밧(약 40만 원) 지급” 등을 공약했다.

프아타이당은 오랫동안 반(反)군부 진영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져 왔다. 이번 총선을 통해 부정부패, 족벌정치 논란이 많은 탁신 일가 또한 ‘MZ세대 유권자’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은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태국인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구조 개혁을 원한다”며 전통 권력이 몰락했다고 진단했다.

3위는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이 이끄는 중도 품짜이타이당(70석)이다. 향후 연정 협상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 군부 독재 종식은 미지수

이날 결과가 군부 독재 종식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태국은 1932년 이후 쿠데타만 19차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이번 총선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전진당의 전신 미래전진당 해산 판결에서 보듯 헌법재판소가 친군부 성향이므로 법적 대결로 가면 군부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금기 중 금기’로 꼽히는 왕실모독죄 개정은 연정 협상 과정에서도 뇌관이 될 수 있다. 전진당은 현행 최고 15년 징역형이 과하다며 이를 낮추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70여 개 정당이 난립한 태국에서 대부분의 정당은 이에 부정적이다.

젊은층은 2016년 집권한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각종 기행과 사생활 논란, 왕실의 국가 경제 독점 등으로 군주제 개혁을 원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왕실 재산은 최소 400억 달러(약 53조 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젊은 정당#태국#전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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